메기 효과의 유래는 북유럽에서 시작되었다.
북유럽 해역에서 많이 잡히는 정어리는 식감이 좋아서 높은 가격에 잘 팔리는 인기가 높은 물고기였는데 바다에서 항구까지 운반하는 도중에 대부분 죽기 때문에 모두가 정어리를 운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모든 정어리를 살아있는 상태로 항구로 가져오는 한 노르웨이 어부가 있었다. 비법은 그가 죽은 후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바로 정어리의 천적인 메기를 수조에 집어넣는 방법이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정어리가 가득한 수조에 메기를 넣으면 정어리들이 메기를 피해 살아 남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렇게 생존이 걸린 상황에 직면하면 최대한의 잠재력을 발휘하여 위기를 피해간다는 것을 ‘메기 효과’라고 부른다. 결국 치열한 경쟁 환경이 발전을 도모하는데 유익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스웨덴 가구업체인 이케아가 국내에 진출할 당시를 메기효과에 비유했다. 당시 이케아가 한국 가구 시장을 점령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국내 가구업체들이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게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시장잠식은 이루어 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메기 효과’가 근거 없다는 논문을 발견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생태학자 등의 미국과 캐나다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오이코스’에서 토끼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포식 위협만으로도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우리 안에 야생 눈덧신토끼를 넣고, 토끼를 쫓거나 짖지만 물지는 않는 훈련된 개를 우리 안에 넣어 진행 되었다. 임신한 토끼는 출산 전 보름 동안 이틀에 한 번씩 1~2분 동안 우리에서 개를 만났다. 결과는? 개에게 직접 물리지는 않았지만 공포는 그대로 남았다. 개에 노출된 토끼는 다른 토끼보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2배 이상 분비했으며 사망률도 증가했다. 포식자에 노출되지 않은 대조 집단은 3배 이상 개체수가 불어 모두 41마리가 된 반면 스트레스를 받은 실험 집단의 토끼들은 16마리가 되었다. 개체수는 20% 감소했다.
주목할 것은 코르티솔 호르몬의 효과가 후대로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실험군 토끼 집단에서 어미들 뿐 아니라 새끼의 사망률도 높았고, 어미는 적은 수의 새끼를 낳았으며 살아난 새끼들은 스트레스에 민감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스트레스는 사람이 전쟁이나 자연재해를 겪을 때 나타나는 것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메기 효과와 위 토끼 실험만 두고 스트레스가 좋다, 아니다를 논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 그 자체가 아니다. 책 <스트레스의 힘>의 저자 캘리 맥고니걸은 스트레스는 줄이거나 피할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태도를 바꾸면 오히려 이롭다는 명제를 여러 실험을 통해 증명해 내고 있다.
스트레스를 포용하면 자신을 바라보는 생각이 달라지고, 상황 대처 능력이 달라지고, 삶의 도전적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사고방식에 길들여 있는 반면 스트레스를 포용하는 삶에 대해 배우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마주하는 노력보다는 피하려는 노력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물지 않는 개 앞에서 지레 겁을 먹고 공포감에 스트레스를 받는 우리 안의 토끼처럼 말이다.
심리학자들은 스트레스를 피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삶의 만족감과 행복감이 크게 줄어든다고 말한다. 스트레스 없는 삶을 추구하다가는 더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위험은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스트레스는 우리를 더 건강한 삶으로 이끌 수도 있다. 우리가 마음만 다르게 먹는다면 말이다.
참고:
1. <스트레스의 힘>, 캘리 맥고니걸
2. Kirsty J. MacLeod et al, Fear and lethality in snowshoe hares: the deadly effects of non-consumptive predation risk, Oikos
3. 네이버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