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방송이라 욕은 안 한 듯한 의사 선생님

 

 

 

위는 <영재발굴단>에 등장했던 바둑 영재 소년의 이야기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영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비뚤어진 교육에 관한 이야기였다.

 

바둑 영재 민이는 4~5살 때부터 바둑을 스스로 했다고 한다. 이걸 보면 바둑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고, 재미를 붙인 걸 보면 나름 실력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방송 출연 당시 민이는 바둑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바둑, 내가 죽을 만큼 싫어하는 바둑. 아빠는 놀아준 적 한 번도 없어요. 아빠는 저의 원수일 뿐.”

 

아빠가 아이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저런 말이 나올 만 했다. 그만 자고 싶다는 아이에게 억지로 바둑을 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직접 바둑을 가르치기까지 한다. 자고 싶다는 아이에게 ‘한 판만 두고 자라’라고 말하는데, 아이는 그만두고 싶어서 울음이 나올 정도다.

 

의사 선생님의 진단도 심각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정신과 의사를 하면서 이렇게 부모님한테 공격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건 처음 본 것 같아요. 이 공격성은 분노에서 오는 거죠. 어린아이의 분노는 좌절에서 오는 거거든요. ‘내 맘 안 알아준다.’, ‘내가 원하는 것을 주지 않는다.’ 여기서 오는 분노거든요.”

 

하지만 아버지는 “아이의 꿈이 프로기사이고, 4~5살 때 (바둑을) 스스로 했어요.”라고 말한다. 이에 선생님은 이렇게 답했다.

 

“그건 아버님의 꿈이죠. 아버지 인생에 대한 욕심이죠. 4살, 5살, 얘가 2년 버틴 거예요. 2년 죽어라 버텼다고요.”

 

1) 세상에 나쁜 아이는 없다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이다. 생각해보면 제목이 참 묘하다. 출연하는 애완동물들은 하나같이 행동 치유가 필요한 ‘나쁜 개’들이다. 그런데 왜 제목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라고 말하고 있을까? 나쁜 것은 애완동물이 아니라 그들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반려견 행동 치유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반려견 주인 교육, 훈련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잘못 키워온 방식을 버리고 올바른 방식으로 새롭게 교육하는 게 프로그램의 주된 내용이다. 그걸 보면서 반려견을 올바르게 대하는 방식을 시청자들도 함께 공부하도록 해주기 때문에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의 육아 버전이 아마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아닐까 싶다. 이 프로그램도 상황은 비슷하다. 실상은 아이를 달라지게 하는 게 아니라 부모를 달라지게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아이의 잘못된 행동은 부모의 잘못된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2) 아이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바둑 영재 민이의 이야기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아버지가 이렇게 말한 부분이었다.

 

“아이의 꿈이 프로기사다 보니까…”

 

정말 그럴까? 선생님의 말대로 이것은 아이의 꿈이 아니라 아버지의 꿈일 것이다. 솔직히 4살, 5살 아이가 프로기사를 꿈꾸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일일까? 그 나이면 일주일에 꿈이 수십 번도 더 바뀔 나이다. “나 과학자가 될래! 대통령이 될래! 바둑 기사가 될래! 유튜버가 될래!” 그렇게 세상에 다양한 직업이 있다는 걸 동경하고 배워가는 나이가 4~5살이다.

 

그런데 부모는 바둑 기사라는 꿈을 아이에게 강요한다. 그리고 이외의 것은 즐길 틈조차 주지 않는다. 이는 아이의 가능성과 창의력을 가로막는 행위다. 이 모두가 다양성에서 나온다. 다양한 경험이 가능성을 늘려주고, 그 경험들이 연결될 때 창의력이 솟는다. 만약 지금 상태로 아이를 계속 키운다면, 저 아이는 바둑밖에 모르는 바보가 될 확률이 높다.

 

“사람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 모두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라는 말이다. 특히 아이들은 더욱더 그렇다. 그래서 아이들은 보호해야 한다. 내가 지켜준 아이가 훗날 세계를 구해낼 리더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그런데 부모라는 이름으로 그 가능성을 짓밟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더 흔하게 보이는 것 같다. 하물며 요즘은 ‘잘 노는 것’도 재능인 세상이다. 그러니 아이의 가능성을 짓밟는 짓은 당장 멈춰야 한다.

 

3) 아이는 부모를 보고 자란다

 

김미경 강사가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아이보고 서울대 가라고 하지 말고, 부모님이 공부해서 서울대 가세요. 그게 훨씬 더 빨라요.” 나는 한발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이를 서울대 보내고 싶으면, 부모님이 서울대 가세요. 그럼 아이는 알아서 따라와요.”

 

아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싶은가? 그럼 부모가 책을 보면 된다. 아이가 열심히 공부했으면 좋겠는가? 그러면 부모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 손흥민은 그냥 세계적인 축구 스타가 된 게 아니다. 그의 아버지 손웅정이 아들과 똑같이 훈련하며 교육시킨 결과다.

 

그런 면에서 책 <결혼학개론>에서는 자식보다 배우자를 먼저 챙기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사이좋게 지내는 걸 보며 인간관계 능력과 갈등을 풀어나가는 방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나아가 부모가 목표를 위해,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걸 보면, 아이도 자신의 성공을 위해 알아서 노력하게 된다.

 

그래서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고 싶은 모든 부모님들께 이렇게 말하고 싶다.

 

“본인이 훌륭한 사람이 되시고, 배우자가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도우세요. 그러면 아이는 저절로 훌륭한 사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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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참고

1) 영재발굴단, SBS

2) 책 <결혼학개론>

 

이미지 출처 : 영재발굴단,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