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인류 최악의 발명품

개인적으로 최악의 발명품으로 꼽는 게 2가지 있다. 하나는 공인인증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일체형 책걸상이다. 그나마 공인인증서는 간편 결제 같은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일상에서 많이 사라지는 기분인데, 일체형 책걸상은 도통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최근에는 다음 사진과 같은 모습으로 진화했다고 한다… (바퀴를 왜 단 거야!!!)

 

 

진심으로 일체형 책걸상은 인류 최악의 발명품이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공부 안 하기로 세계 제일이라고 하는데 (옛날이야기다. 요즘 대학생들 정말 열심히 공부하더라) 그런 악평을 초래하는데 은근히 큰 공을 세운 게 일체형 책걸상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 앉으면 공부고 뭐고 불편해서 견딜 수가 없다. 장담컨대 일체형 책걸상만 없애도 학습 효율이 2배 아니 3배는 넘게 높아질 것이다. 도대체 어떤 인간이 이따위 물건을 발명했는지 모르겠지만, 더 화가 나는 건 이딴 물건을 돈 주고 사서 강의실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진심 한 번이라도 앉아봤으면 절대 사고 싶은 생각이 안 들 텐데, 그 비싼 등록금을 이딴 데 썼다는 데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길이 없다.

 

일체형 책걸상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다는 지극히 기본적인 상식을 완전히 무시하는 데 있다. 나는 덩치가 커서 일체형 책상에 앉는 것 자체가 곤욕이었다. 몸을 베베 꼬아야 겨우 앉을 수 있고, 앉고 나서도 강의 내내 불편한 자세로 있어야 했다. 게다가 책상은 좁아 터져가지고 두꺼운 전공책을 올려놓으면 따로 공책 놓을 공간도 안 나온다. 설령 올려놓아도 글씨 쓰기도 불편하다. 내가 왜 수업 들으러 와서 벌을 서야 하는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책 <평균의 종말>에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나온다. 1940년대 말 미국 공군은 연이은 비행기 추락사고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기체에는 아무런 결함이 없었다. 그래서 조종석 설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조종사 4,063명의 체형(키, 체중 뿐만 아니라 손가락 길이까지)을 조사해 새로운 조종석을 설계하고자 한다. 그런데 조사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10개 조사항목 모두에서 평균을 기록한 조종사의 숫자가 0명이었던 것이다. 즉, 평균적인 체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히 평균 체형에 맞춘 조종석은 모두에게 불편한 조종석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서 발명된 것이 바로 조절 가능한 시트다. 지금 우리가 타는 자동차에 있는 조절 장치가 바로 그것이다. 시트뿐만 아니라 조절 가능한 가속페달, 조절 가능한 헬멧 조임끈, 조절 가능한 비행복도 개발되었다. 그렇게 조종석의 혁신이 이뤄졌고 사고는 줄어들 수 있었다. 일체형 책걸상은 이러한 발견을 깡그리 무시하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더 놀라운 것은 이딴 물건이 최고의 지성이 모인 대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교육 수준이 걱정스러울 정도다. (총장님 <평균의 종말>좀 읽으세요. 일체형 책걸상 없애 주세요)

 

 

평균적 인간을 바탕으로 삼아 설계된 시스템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평균적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았다면 당장 일체형 책걸상을 없애버려야 한다. 모른다면 이제라도 공부해서 알아야 한다. 진심 모든 대학에서 일체형 책걸상이 없어지기를 바란다. 진심 대학 교육의 혁신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참고
1) PGR21, 리모델링한 홍익대 책상.jpg
2) 개드립, 인류최악의 발명품
3) 책 <평균의 종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