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막히고 코가막히는 에타 근황

관계를 악화시키거나 단절케하는 건 언어 뿐만 아니다. 물리적인 폭력이 될 수도 있고, 표정과 말의 본뜻과 전혀 다른 뉘앙스가 있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우리는 ‘태도’라는 단어로 말하는데, 이 태도가 문제가 관계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나온 사연이다. 이 글을 본 순간 절로 한숨이 나왔다.

 

 

굳이 과잠을 재수한 친구 앞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무엇이 그렇게 신경이 쓰였는지, 옷을 바꿔입은 이유는 또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대입 준비를 한번도 아닌, 두번째 도전하고 있는 친구 앞에서 말이다. 캠퍼스 라이프가 이렇다는 걸 미리 보여줘서, 얼른 친구가 더 이상 수능시험에 목숨 걸지 말고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학 진학을 하라는 의미였을까? 이런 친구 앞에서 고민을 털어 놓는 대신 ‘별거 없는 잡담’을 나누다가 헤어진 그 친구의 판단이 현명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은 존중받지 못했으니까.

 

글쓴이의 글만 보면 ‘수능을 못 본 친구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하나’ 고민했고 딴엔 ‘위로의 말’들을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말을 하기에 앞서 조건이 있다. 책 <나는 네가 듣고 싶은 말을 하기로 했다>에서는 대화가 성립하는데 필요한 조건으로 ‘안전하다는 느낌을 지킨다’를 꼽는다. 다시 말하자면 대화에서 가장 해서는 안 될 행동이 ‘안전하다는 느낌’을 위협하는 행동이다. 상대의 안전하다는 느낌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자존감을 높이는 태도다. 이를 좌우하는 건 말뿐이 아니다. 분위기나 표정, 신체적 거리 같은 비언어적 요소도 중요하다. 이런 요소들이 어우러져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가 드러나야 하는 것이다 . 글쓴이는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만약 글쓴이가 진정 친구를 위로하고 싶다면 과잠 대신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볼 일이다.

 

참고
1. <기가막히고 코가막히는 에타 근황.jpg>, 에펨코리아

2. <나는 네가 듣고 싶은 말을 하기로 했다>, 오카다 다카시 저, 카시오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