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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딱 봐도 매워 보이는 고추를 날것으로 먹고는 눈물을 뚝뚝 흘린다. 이 소녀는 왜 매운 고추를 먹어야 했을까? 친구들과 내기에서 지기라도 한 걸까? 그랬으면 차라리 나았을까 싶다. 진실은 너무도 비참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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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모술에 산다는 하산 무함마드 후세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을 조롱하는 방식’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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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에 따르면 길거리에서 노숙하며 구걸하던 소녀에게 한 행인이 돈을 준다며 접근했다고 한다. 단, 돈을 받고 싶다면 매운 고추를 먹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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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매운 고추를 두 입 만에 다 먹고는 벌게진 얼굴로 눈물을 흘렸다. 더 마음 찢어지는 부분은 소녀의 표정이었다. 소녀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돈을 받았다는 생각에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돈을 받아든 소녀는 누군가를 향해 자랑하듯 지폐를 흔들어 보였다고도 한다.
개인적으로 소녀에게는 단 한 마디도 질책하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칭찬하고 싶다. 살아남기 위해 아니면 다른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린 나이에 기꺼이 모욕적인 순간을 견뎠다. 왜 그런 짓을 했느냐? 자존심을 팔아서 되겠느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자격은 아무에게도 없다고 생각한다. 소녀는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반면에 매운 고추를 먹이고 돈을 준 행인은… 진짜 쥐어패도 시원찮을 놈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한 행동은 그저 가난을 조롱한 게 아니다. 앞서 말했지만, 소녀의 행동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즉, 행인은 사람 목숨을 가지고 장난쳤다는 말이다. 진짜 비열한 일이고,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외국의 어느 가난한 소녀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돈줄을 가지고 갑질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게 위 사례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돈은 살기 위해 꼭 필요하다. 돈 가지고 장난치는 건 사람 목숨을 쥐고 흔드는 일이다. 그게 얼마나 잔인하고 비열한 일인지 알아야 한다.
돈이 많다거나 생활이 여유롭다면 그 이유가 뭘까? 물론 실력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고, 그런 환경을 만나는 행운도 필요하다. 정말 크게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그런 환경과 운의 영향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들은 겸손하다. 아무리 많이 벌어도 우쭐대지 않고, 돈 가지고 사람을 갖고 놀지도 않는다. 반면 어설프게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이 제 잘난 결과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생각으로 살다가 언젠가 실패하고 고꾸라지면, 그때 사람들은 ‘천벌’ 받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나는 천벌이 아니라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부디 사진 속 소녀가 가난을 이겨내고 힘차게 살아갈 수 있기를, 그리고 그런 소녀를 욕보인 사람에게는 당연한 실패가 돌아오기를 바란다.
참고 : 돈 준다는 말에 매운고추 덥석 받아든 노숙 소녀…결국 눈물 뚝뚝 (영상),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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