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한다와 잘~한다” 살다 보면 언어 그 자체의 뜻보다, 이를 말하고 쓰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잘 한다’가 바로 그것이다. 정말 재능에 대한 실력이 뛰어나다란 의미가 있지만, 살짝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잘’에 힘을 주고 길게 늘어뜨리며 말할 때는 전혀 다른 뜻이 된다. 욕설 대신에 비꼼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위의 사례도 그러하다. 메뉴를 보아하니 삼계탕인 것 같기도 하고(본메뉴도 부실해보이는 건 사진 때문일까?) 아무쪼록 소비자는 이 배달음식의 평에 ‘맛있다, 특히 양파 넉넉히 부탁드립니다 요청을 잘 들어주시고..’ 남겼다. 문자 그대로 봤을 땐 칭찬이다. 그런데 이 배달음식점 사장님은 소비자의 의도를 알아챈 듯하다. 답변에서 많이 드리면 좋아하실줄 알고 ‘통양파’를 보냈는데.. 라는 부분에서 소비자의 실제 기분이 많이 언짢았음을 눈치챈 것이다. 물론 소비자는 이 음식점에 대한 별 1개의 낮은 점수로 사실상 불쾌함을 표시한 것일테지만. 그도 그럴 것이지 사장님도 소비자의 불쾌함을 알았다면 부족한 서비스를 인정하고, 죄송하다고 말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소비자의 칭찬 아닌 칭찬에, ‘생각의 차이’라는 이유로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이 게시글에 대한 댓글은 당연히 소비자의 편이었다.
만나서 얘기하거나 전화 통화보다는 배달 앱이나 메신저로 소통하는 것이 더욱 비일비재해진 요즘이다. 마치 우리 각자가 그동안 경험해왔던 말투와 표정, 뉘앙스를 가지고 상대방도 나와 같은 생각일거라고 판단하다간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문자 그 자체로 소통하는 것이니만큼 보다 그 표현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그 뉘앙스나 분위기를 이모티콘이 대신하는 지도 모르겠다.) 배달 앱에서 벌어지는 소비자와 사장님의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날 선 메시지를 보면서, 나 역시 ‘이 정도면 알아들었겠지?’라고 넘겨 짚은 적은 없었나 생각해본다.
참고 <양파좀 낭낭하게 챙겨주세요~.jpg> 웃긴대학(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