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신규 직원 휴가와 관련한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었다. 또 뻔한 꼰대 소리가 아닐까 싶었는데, 내용을 잘 보니 어느 한쪽 편을 들기가 애매한 것이 논란이 될만한 내용이었다. 요약하자면, 신규 공무원이 초과근무를 유급휴가로 바꾸는 정책을 활용해서 매주 휴가를 내고 주 4일만 일한다고 한다. 이에 정책상 보장되는 일이니 문제없다는 반응도 있고, 그래도 다른 팀원에게 민폐이니 문제라는 반응도 있다.
이처럼 반응이 나뉘는 이유가 뭘까? 이 사안이 개인적인 일에 국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구조적인 문제도 끼어 있다. 사실 현실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대개 이렇다. 100% 개인적 문제, 100% 구조적 문제인 경우는 없다. 그래서 무엇에 더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판단할 때는 다면적으로 접근할 줄 알아야 한다. 과연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1) 구조적 접근
일단 규정상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는 점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구조적으로 접근한다면 저 신규 공무원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 게다가 똑같은 일을 한다면 이를 5일 동안 하나 4일 동안 하나 별 차이가 없다. 1일 8시간씩 5일 일해도 주 40시간이고, 1일 10시간씩 4일 일해도 주 40시간이다.
그럼에도 주 4일 근무 때문에 다른 사람이 힘들어진다면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애당초 업무량에 비해 사람이 모자란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초과 근무를 수당으로 챙겨갈 확률이 높다. 신규는 그 대신 휴가로 챙겨가는 것뿐이다. 하지만 업무량이 많으니 그런 사람이 나오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업무가 몰릴 수밖에 없다. 이는 처음 인사 계획을 짤 때 휴가와 초과 근무를 계산하지 않고 인원을 배정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만약 그렇다면 초과 근무를 연가로 전환하는 정책을 폐기해야 옳다. 물론 초과 근무에 따른 보상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걸 돈으로 지급하면 될 일이다. 현재 정해진 규정에 따라 휴가를 간다고 업무에 차질이 벌어진다면, 정책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2) 개인적 접근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다. 어떤 정책도 100% 완벽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정책을 짤 때는 직원들을 배려해서 만들었어도, 막상 현장에서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아마도 초과 근무를 휴가로 전환하는 정책은 업무가 몰리는 시기에 야근한 사람에게 적절한 휴식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만든 정책을 업무가 몰리지 않는 시기에 활용하면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정책을 악용하는 것이라 말하는 댓글도 있었다)
게다가 이런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본다는 점도 문제다. 물론 내 할 일만 잘해도 직장 생활하는데 무리는 없겠지만(특히 공무원이라면 더 그렇겠지만), 다른 사람의 피해를 알면서도 내가 가진 권리만 주장하겠다는 것은 공동체 생활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이처럼 사람 대 사람의 일로 들어오면 위 행동이 민폐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3)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신규가 휴가 전환을 쓰지 않고 주 5일 근무를 한다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사실상 한 사람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다. 신규도 엄연한 직원이고, 본인의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규정이 부당하다면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직장에 건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근로자들끼리 잘잘못을 따져봤자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위에다 항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의 속내를 알고 직원들끼리 눈치 줘서 문제를 해결하는 수법을 고의로 써먹는 회사도 있다. 갑과 을의 문제를 을과 을의 싸움으로 변질시키는 것이다. 이래서 노사가 필요하고, 가능하다면 교과 과정에 노동법을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로자가 정책에 관하여 자연스럽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덧. 그런데 이 일이 윗선에 보고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초과 근무 휴가 전환 정책 자체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언급한 대로 돈으로 보상하면 되니까. 신규가 휴가를 포기하는 게 근로자 사이의 쉬운 해결책이라면, 아예 정책을 포기하는 게 윗선에는 쉬운 해결책일 것이다. 참… 세상에 쉽게 해결되는 일이 없다…
참고 : 내가 꼰대인가… 너무 새롭네, 블라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