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이 제 신혼집 조건 듣더니 파혼하재요

결혼이라는 게 생각보다 만만찮은 일이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결혼이란 두 사람의 일이라기보다는 집안 대 집안의 일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렇다 보니 그저 마음만 맞는다고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잘 되어간다 싶다가도 엎어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주변의 방해 때문에 결혼이 엎어지면 정말 피눈물 나게 슬플 것 같다. 그런데 많은 파혼 사례를 보면 제 발로 파혼에 뛰어드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다음 사례도 저 스스로 자빠지는 파혼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1) 상식이 필요합니다

 

서울에 있는 30평 이상 신축아파트의 가격은 어느 정도나 할까? 2020년 6월 기준 신축아파트(1~5년)의 평균 매매 가격이 13억 8,743만 원이라고 한다. 서초구가 25억을 넘었고, 대부분 지역이 10억 이상을 기록했다. 즉, 위에 적힌 조건을 만족하려면 최소 10억 이상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20대 후반의 청년이 과연 그 돈을 마련할 수 있을까? 택도 없는 소리다. 결국 10억짜리 신혼집을 구하려면 다음 3가지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 첫째, 로또에 당첨된다. 둘째, 부모님께 손을 벌린다. 셋째, 10억 모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40살이 넘어서 결혼한다. (그 사이 집값은 안 오르나?)

 

본인이 내건 조건이 얼마짜리 조건인지 모른다면 생각보다 심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서울 집값이 비현실적으로 비싸다고는 하지만 (ㅠㅠ) 그렇다고 그 값이 얼마인지, 어떤 의미인지 파악조차 못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20대에 1억만 모아도 열심히 살았다고 칭찬받을 텐데, 10억을 가져오라는 건 너무 세상 물정을 모르는 소리가 아닐까?

 

2) 조건보다 중요한 것

 

조건 없는 사랑이 가능할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조건도 매력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흔히 외모나 능력을 보고 사랑에 빠지면 속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랑에는 본능적인 면이 있고, 그런 만큼 본능적인 요소에 끌리는 게 당연한 일이다. 외모나 능력을 본다고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특히 결혼은 집안 대 집안의 일이기 때문에 조건이 꽤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에 본능적 요소에 끌려 호감을 갖더라도, 사랑을 결심할 때는 성격과 인성을 살펴보게 마련이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조건을 아예 안 볼 수는 없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루는 데는 조건보다 중요한 것들이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치관이다. 아무리 세속적 매력이 강렬해도 핵심 가치관에서 차이가 나면 사랑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돈에 관한 가치관, 양육에 관한 가치관 등 핵심적인 부분에서 이해와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조건은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라고 보는 게 옳다. 이 정도면 사는 데 문제없겠다는 수준으로 낮게 잡아야 한다. 조건을 높게 잡으면 결국 조건만 보고 만날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3) 의존하되 자립할 줄 알아야 한다

 

결혼은 서로에게 의존하는 일이다. 이 험한 세상을 혼자 살지 않고 배우자에게 기대어 살아가겠다는 다짐이다.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해볼 점이 있다. 서로가 기대려면 각자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제 발로 서지도 못하는데 누군가 기대오면 어떻게 될까? 그 관계는 넘어질 수밖에 없다. 서로 의존한다는 말은 내가 상대에게 기댄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상대도 나에게 기댄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대의 무게를 버틸 힘이 없으면, 서로 기대는 관계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업혀 가는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관계가 오래 지속되면 안 좋은 결말로 이어지기 쉽다. 의존하기만 하는 사람은 상대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일 것이다. 그러는 동안 상대방은 기댈 곳 없이 받아주기만 하느라 스트레스가 쌓일 것이다. 그런 관계는 결국 깨지거나, 아니면 뒤틀린 채로 이어지게 된다. 설령 깨지지 않더라도 한 사람의 마음속에 시커먼 우울감이 자라날 확률이 높다.

 

남자친구에게 신혼집을 요구할 게 아니다. 남자친구가 구하지 못한다면 제 손으로 구할 생각이 있어야 한다. 제 손으로도 못 구할 거면 정신 차려야 한다. 그 집은 분수에 맞지 않는 집이다. 두 사람이 힘을 모아 장만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집을 찾아봐야 한다. (솔직히 둘만 살 거면 20평대도 충분하다) 사실 조건이란 이렇게 ‘맞춰가는 것’이다. 미리 정해놓고 넘어야만 결혼에 골인할 수 있는 장애물이 아니다.

 

물론 조건을 맞춰가는 과정이 쉽지도 않고, 때로는 그것 때문에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것 또한 결혼의 일부이자 묘미이기도 하다. 둘이 함께 고민해서 장만하는 신혼집은 10억짜리 집보다는 못해도 나름의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함께 무언가를 해낸다는 것이 무척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재미를 조건이라는 이름으로 내팽개치지 않기를 바란다.

 

참고 : 남친이 제 신혼집 조건 듣더니 파혼하재요, 네이트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