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은 어떻게 세기의 천재가 되었을까?

 

맥스웰 : 여러분, 이 4개의 식으로 전자기학에 관한 모든 것을 완성했습니다.

 

 

맥스웰 : 계산해보니까 전자기파의 진행 속도는 초속 30만km로 빛의 속도와 같네요. 빛의 정체는 전자기파였습니다.

 

 

과학자들 : 잠깐! 이 공식대로면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하고 맞지 않은데? 가만히 서 있어도, 속도가 빨라도 전자기파의 속도는 똑같이 초속 30만km인데… 이거이거 엉터리 아녀?

 

 

맥스웰 : 저도 왜 그런지는 잘…

 

 

과학자들 : 그리고 빛이 파동이면 파동이 전해지는 매질이 있어야 할 거 아님? 진공에서 소리 안 퍼지는 거 상식 아녀?

 

 

맥스웰 : 그건 아마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에테르’라는 물질을 타고 전해지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마이컬슨&몰리 : 우리가 에테르의 존재를 실험적으로 밝혀내겠습니다! 지구가 움직이면 우주에 가득 찬 에테르 바람을 맞을 것이니, 지구에서 쏜 빛은 방향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게 되고, 그 차이를 통해 에테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마이컬슨&몰리 : 어? 왜 방향이 다른데 빛의 속도가 똑같지? 이거 안 되는데요? 에테르가 없는데요?

 

 

로런츠 : 제가 계산해 봤는데 에테르에 평행한 운동 방향으로 길이가 수축해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즉, 에테르 속에서 움직일 때는 시간과 공간이 다르게 측정될 수 있어요.

 

 

과학자들 : 아니 시간과 공간이 다르게 측정된다니 이게 말이야, 방구야? 설령 계산이 그렇게 나온다 한들 계산상의 일이지 그게 과학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어?

 

 

아인슈타인 : 맥스웰 방정식이 틀린 걸까? 로런츠의 계산이 잘못된 걸까? 만약 그게 아니라면? 빛의 속도가 어떤 관측계에서도 불변한다면? 그럼 속도가 불변하니까 거리와 시간이 변하는 게 맞는 것 아닐까?

 

 

아인슈타인 : 여러분, 사실 빛의 속도는 언제나 일정하고 대신 시간 지연과 길이 수축이 일어나는 거였습니다. 이것이 ‘특수 상대성 이론’입니다. 이대로면 맥스웰 방정식과 로런츠 변환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이 논문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에테르 물리학에 소박하게 기여하는 내용이라고 해석했지, 물리학을 대대적으로 재구성하는 논문으로 이해하지 않았다. 상대론에 주목한 과학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아인슈타인 : 특수 상대성 이론을 다듬을 필요가 있겠어. 시간과 공간이 상대적이라면 중력도 상대적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위쪽으로 가속하는 우주선 안에 들어 있는 사람이라면 아래로 잡아당기는 힘이 중력인지 관성력인지 구분하지 못하겠지?

 

 

1915년 아인슈타인은 중력과 관성력이 본질적으로 같은 힘이라는 발상을 통해 뉴턴의 중력 법칙을 시공간의 뒤틀림으로 재해석하는 파격적인 이론을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일반 상대성 이론이다. 이는 등속운동에 한정되었던 특수 상대성 원리를 가속 운동까지 확장한 내용으로, 당시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수성 궤도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블랙홀의 존재까지 예측하는 등 우주의 여러 신비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이론이었다. 양자역학과 함께 현대 물리학을 이루는 2개의 기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성 이론은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은 전쟁이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1차 세계대전은 참호전이 전개되면서 무기한으로 길어지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국제 과학계가 완전히 붕괴되었을 뿐만 아니라 독일과 유럽이 갈라져 서로를 비방하기 바쁜 상황이 이어졌다. 영국 과학계에서는 “독일 과학자와 과학을 논의하는 게 합당한 일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였다.

 

 

에딩턴 : 에휴… 과학자라는 것들이 정치 논리에 빠져가지고 서로 싸움질이나 하고 앉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순수한 열정은 어디로 간 거냐? 이렇게 세계가 분열될수록 과학자들이 나서서 인류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냐?

 

 

에딩턴 : 뭐? 독일에서 상대성 이론이라는 게 나왔다고? 이거 완전 개쩌는 거 아니냐? 이 업적을 널리 알릴 수만 있다면 분열된 세계 과학계를 다시 하나로 뭉칠 수 있지 않을까? 영국 과학계가 무시하는 독일 과학계에서 이렇게 위대한 업적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되면, 독일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비방하는 풍조를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에딩턴이 아인슈타인에게 주목한 것과 달리, 여전히 과학계는 아인슈타인에게 주목하지 않았다. 전쟁이라는 장애물도 심각한 문제였지만, 상대성 이론을 입증할 실험적 증거가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과학자들 : 상대성 이론이 맞다는 증거 있어? 그냥 너만의 뇌피셜 아녀?

 

 

아인슈타인 : 아오… 맞다니까! 이거 봐, 내가 상대성 이론으로 수성 궤도의 변화를 완벽히 계산해냈음! 상대성 이론이 맞다니까!

 

 

과학자들 : 그냥 계산이 우연히 맞은 거겠지. 그건 증거가 안 돼!

 

 

아인슈타인 : 아오… 확실한 증거가 될 게 있긴 한데… 개기일식 때 태양의 중력에 의해 빛이 휘는 것만 관측할 수 있으면 되는데… 일식이 맨날 오는 것도 아니고, 전쟁 때문에 관측하러 댕길 수도 없고…

 

 

에딩턴 : 관측이라고 했나? 짜잔~ 이 몸이 등장할 차례로군!

 

에딩턴은 상대성 이론의 확실한 증거인 ‘중력 렌즈’ 현상을 관측하고자 발 벗고 나섰다. 그가 이렇게 나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상대성 이론이 그럴 가치가 있는 탁월한 업적이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 업적을 제대로 알림으로써 국제 과학계가 다시 하나로 합칠 수 있기를 바랐다. 나아가 전쟁으로 분열된 세계에 평화와 화합을 가져오기를 바랐다.

 

 

에딩턴은 상대성 이론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관측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는 것을 넘어, 상대성 이론을 알리는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독일에 고립된 아인슈타인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그리고 마침내 중력에 의해 빛이 휘어진다는, 일반 상대성 이론의 증거를 관측하기에 이르렀고, 그 결과 세계 과학계는 아인슈타인의 천재성과 위대한 업적을 바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전쟁이 없었다면, 아인슈타인이 고립되지 않았다면, 그를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애쓴 에딩턴이 없었다면, 지금의 아인슈타인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설령 세상에 드러났더라도 지금처럼 과학계의 아이콘이자 슈퍼스타가 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위에 언급한 맥스웰만 해도 상대성 이론에 버금가는 업적을 남겼지만, 그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인슈타인이 천재의 상징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1차 세계대전이라는 장애물과 이를 극복하도록 도와준 에딩턴이라는 숨겨진 조력자의 존재가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책 <아인슈타인의 전쟁>을 추천한다. 당신이 몰랐던 아인슈타인의 놀라운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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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에서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