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이 지나도 회자되는 불교신문 답변 레전드

 

5년 전 불교신문에 한 학부모가 고민을 보냈다. 내용은 고1 아들이 게임에 너무 빠져서 걱정이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심하지 않았는데, 점점 피시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더니, 이제는 집에서도 새벽까지 게임을 붙잡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카드 명세서에 게임 아이템 구매로 100만 원이 나와 아이 아빠와 함께 혼냈더니, 친구들한테 잘 보이려면 그 아이템이 꼭 필요하다고, 엄마 아빠가 그런 거 하나 못 해주냐며 도리어 역정을 냈다고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한 답변이 정말 대단했다. 단순 처방을 넘어서 중독의 본질을 돌아보고 실존에 관한 고찰이 담긴 명문이었다.

 

“중요한 것은 중독행위 자체가 아니라, 중독에 빠진 이가 어떠한 심리적 이득을 얻고자 하는가입니다. 이 경우 아이는 게임을 통해 친구들과 친밀한 관계를 얻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친밀한 관계를 얻고자 게임에만 몰입한다는 것은, 역으로 얘기하면 게임 외에는 친밀한 관계를 그 어디에서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있어서 게임이라는 도구는 자신이 바라는 친밀한 관계를 제공할 대상과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일 것입니다.”

 

그다음에 이어진 말은 존재론적인 내용까지 이어졌다.

 

“저희가 여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는 게임 내에서 통용되는 비싼 아이템을 구매함으로써 게임 내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고자 한 것이죠. 즉 아이는 100만 원을 게임 내 자신에게 투자함으로써, 자신이 적어도 100만 원만큼은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질문자님의 아이는 게임에 미쳐 100만 원을 쓴 바보나 중독자가 아니라, 100만 원을 쓰지 않고는 자신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좀처럼 실감할 수 없었던 슬픈 소년입니다.”

 

그리고 이 명문은 소년을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마무리되었다.

 

“그 소년은 친밀한 관계 속에서 자신이 참으로 귀하다는 사실을 얼마나 간절히 확인하고 싶었을까요. 또 그런 것들을 쉽사리 얻지 못해 얼마나 쓸쓸한 마음으로 작은 모니터 속으로 들어가야 했을까요. 질문자님의 관심이 향해야 할 곳은 질문자님의 게임중독자 아이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내가 귀한 것을 누가 좀 알아달라고 목놓아 외치고 있는 바로 그 슬픈 소년일 것입니다. 그 소년의 목소리를 한번 들어보세요. 반드시 듣게 되실 거예요. 그 소년은 우리 모두에게 속한 까닭입니다.”

 

1) 게임은 중독일까?

 

책 <중독의 시대>에 따르면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국제질병분류에 ‘게임 이용 장애’를 추가하여 게임의 중독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고 한다. 아직 이에 관한 논란의 여지가 많기는 하지만, 게임 때문에 일상생활을 망치는 사람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고, 그들의 뇌를 살펴보면 중독자와 비슷하게 작동한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도파민 수용체를 활성화하여 게임을 갈망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열렬한 게임 팬이기는 하지만, 게임 중독을 무시할 수는 없는 증거와 예시가 충분히 갖춰졌다고 생각한다.

 

2) 모두가 게임 중독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게임이 손대는 것만으로도 중독에 빠지는 위험한 물건은 아니다. 사실 담배도 알코올도 중독성이 있지만, 모두가 골초나 술고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 무엇이 중독을 일으키는 걸까? 미국의 심리학자 티모시 리어리와 정신분석학자 노먼 진버그는 사고방식(Set)과 환경(setting)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는 심리학자 브루스 알렉산더의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브루스는 쥐를 실험하는 환경이 쥐들을 중독으로 내몬다고 생각했다. 조금한 철창 우리에 갇혀 있으니 중독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쥐들을 위한 놀이공원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쥐들은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었고, 친구 쥐들과 함께 놀거나 자유롭게 짝짓기도 할 수 있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쥐들이 더는 중독 물질에 손을 대지 않았던 것이다.

 

3) 관심과 사랑이 중요한 이유

 

게임 중독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게임이 아이들을 중독시키는 악의 축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오히려 아이들을 중독으로 내모는 것은 충분히 즐겁지 않은 환경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입시 스트레스와 교내 괴롭힘 문제에 시달린다. 그런 환경이라면 철창에 갇힌 쥐들보다 더한 스트레스 환경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니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지고 게임에 과몰입하게 된다.

 

이를 해소하려면 사고방식과 환경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관심과 애정이 답이다. 게임에 100만 원이나 써야만 했던 슬픈 소년의 심정을 헤아리듯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다면, 게임 중독이라는 심각한 사회 문제를 없앨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게임은 가족이 함께 즐기는 좋은 여가 생활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그게 게임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 아이들을 올바르게 지키는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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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1) 게임에 미쳐 사는 애 때문에 힘들어요, 불교신문
2) 책 <중독의 시대>

 

※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