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려면 실력이 어느 정도나 되어야 해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묻는다. 누구나 빨리 성공하고 싶기 때문에 성공에 이를 수 있는 최소한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질문이다. 왜냐고? 실력이 높다고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솔직히 성공을 가르는 가장 큰 요인은 ‘운’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실력과 성공이 완전히 무관한 것은 아니다. 글쓰기를 예로 들자면, 잘 썼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못 쓴 글은 99%의 확률로 성공하지 못한다. 게다가 꼭 예술로서 성공하는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자가 된다거나 공문을 작성하는 등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많다. 그렇게 프로 글쟁이가 되려면 어법부터 글의 구성까지 기본적인 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나마 글쓰기는 기본적인 실력을 갖추기가 그리 어렵지 않은 편이다. 만약 그림이라면 어떨까? 내 아내는 그림을 그리고 있고, 언젠가 관련 업종에서 일하는 게 목표이자 꿈이다. 그녀도 나에게 똑같이 물었다.
“성공하려면 그림을 어느 정도로 잘 그려야 해?”
무언가 구체적인 답변을 해주고 싶었다. 그때 생각난 게 일본 작가 우라사와 나오키가 (대표작 <몬스터>) 봉준호에게 보낸 그림이었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후 축전을 그려 보냈는데, 보자마자 ‘봉준호’와 ‘우라사와 나오키’라는 말이 동시에 튀어나오는 그림이었다. 그래서 ‘유재석을 그려서 누가 봐도 유재석인 줄 알아볼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에 딱 들어맞는 예시를 찾았다. 웹툰 작가 야옹이가 (대표작 <여신강림>) 유재석을 그렸는데, 이 역시 누가 봐도 유재석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이었다.
1) 이 정도면 충분할까?
그럼 야옹이 작가 수준이면 그림쟁이로 충분한 실력일까? (우리는 서로를 글쟁이, 그림쟁이로 부른다) 아니다. 그보다 높은 수준이 필요하다. 특히 프로로 다양한 그림 분야에서 활약하고 싶다면 더욱더 그렇다.
“왜? 아니, 그럼 도대체 얼마나 더 잘 그려야 하는데?”
우라사와 나오키의 축전이나 야옹이 작가의 유재석 그림에서 보이는 실력은 ‘자신의 그림체로 잘 그리는’ 수준이다. (물론 이 두 작가의 실력은 그 이상이겠지만) 그 이상 잘 그린다는 것은 무엇일까? ‘남의 그림체로도 잘 그리는 수준’이다.
“왜 그런 게 필요한데?”
그림 관련 비즈니스의 첨단은 뭘까? 예를 들면, 이야기 산업의 첨단은 영화다. 들어가는 돈부터 벌어들이는 돈까지 다른 이야기 분야와 차원이 다르다. 그럼 그림에서는? 애니메이션이다. 역시 들어가는 돈, 고용하는 인력, 벌어들이는 돈까지 차원이 다르다.
만약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이 각자의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것은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없다. 엘사는 ‘겨울왕국’ 풍으로, 안나는 ‘뮬란’ 풍으로, 한스는 ‘알라딘’ 풍으로 그리면 그건 겨울왕국이 아니라 망작 짬뽕왕국이 될 뿐이다. 애니메이터라면 자신의 그림체를 넘어 타인의 그림체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게임이나 캐릭터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한 인재가 되고 싶다면, 자기 스타일을 넘어서는 능력은 어쩌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나도 처음에 체인지그라운드라는 스타일에 적응하느라 몹시 애를 먹었다)
2)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다양한 그림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애니메이터가 되면 야옹이 작가보다 성공할 수 있을까? 연봉만 따지면 결과는 반대다.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디즈니의 애니메이터 평균 연봉이 7천만 원 수준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신강림 작가의 연 수입은 3억이 넘는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든 걸까?
애니메이터는 그림만 그리지만, 야옹이를 비롯한 웹툰 작가는 그림뿐만 아니라 이야기도 지어야 한다. 즉, 그림과 글 2가지 분야에서 프로 수준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어쩌면 웹툰의 성공 여부는 그림보다 글쓰기가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아무리 그림이 예쁘고 멋져도 이야기가 별로면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면에서 웹툰 작가는 ‘폴리매스’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책 <폴리매스>의 저자 와카스 아메드는 이렇게 말한다. “폴리매스란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영역에서 출중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전일적 관점에서 다차원적 사고를 하는 다재다능한 사람으로 종합적인 사고와 방법론을 지녔다. 이를 통해 연관 없어 보이는 분야들을 연결해서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특징을 지닌 사람이다.” 야옹이 작가는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라는 2가지 분야 모두에서 출중한 재능을 가졌고, 이 둘을 연결하여 시너지를 일으키는 사람인 셈이다.
물론 웹툰 작가도 아무나 연 수입 3억 원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실력이 반드시 성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다만 성공으로 이어지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실력의 최소 수준이 더 낮다. 애니메이터에게 요구하는 그림 수준은 굉장히 높다. 어설픈 그림 실력으로 디즈니에 입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반면 만화가 중에는 어설픈 그림 실력을 가진 작가도 많다. 그럼에도 성공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수준 미달 취급을 받지는 않는다. 대표적으로 <원펀맨>의 원작자가 있다. 그의 그림 실력은 솔직히 별로지만, 매력적인 이야기 하나만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제는 그림 잘 그리는 작가의 손에 리메이크되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그림체도 그저 실력으로 볼 게 아니라 폴리매스적 다양성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스타일만 구현할 수 있다면 한계가 있지만, 다양한 스타일이 가능하면 그만큼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늘어난다. 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고, 그만큼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3) 폴리매스가 되라
한 우물만 파도 성공할 수는 있다. 세계에서 최고로 잘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장인이 되기는 쉽지 않은 일이고, 시간도 많이 든다. 하지만 꼭 장인이 되어야만 프로가 되는 건 아니다. 프로가 되는 수준은 생각보다 깊지 않다. 보통 2~3년이면 충분하고 분야에 따라서는 2~3주 만에 바로 현업에서 뛰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장인’이 아니라 ‘전문가’ 수준에서 여러 분야를 파고들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실력들을 연결시켜 시너지를 내면 ‘폴리매스’가 탄생한다.
좀 더 넓게 보면 협업도 일종의 폴리매스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데스노트>다. 이 만화는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따로 있다. 글 작가 오바 츠구미가 처음 데스노트를 출판사에 가져왔을 때 작품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 그림체 때문에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그러다 편집부에서 그림 실력이 뛰어난 오바타 타케시와 협업을 제안했고, 그 결과 불후의 명작 <데스노트>가 탄생했다고 한다. 사실 영화나 애니메이션처럼 고도로 분업화된 첨단 예술 분야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제작된다. 총감독이라는 지휘자의 손에서 각 전문가의 역량을 끌어모은다. 개개인은 아니더라도 전체 조직은 폴리매스인 셈이다. (그래서 감독은 폴리매스의 다차원적이고 종합적인 사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제임스 카메론이나 봉준호가 그런 감독의 대표주자다)
개인 차원이든, 협업을 통해 이뤄내든, 다양성과 시너지를 갖춰야 한다. 그 결과 우리는 더 쉽게 성공을 이뤄낼 수 있다. 좁은 시야를 깨치고 더 넓게 생각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공하고 싶다면 폴리매스가 되어야 한다. 물론 여러 분야에서 전문성을 얻는 게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 분야의 장인이 되는 것보다는 쉬울 것이다.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성공의 수준에 올라서고 싶다면, 꼭 <폴리매스>를 읽어보길 바란다.
한계를 거부하는
다재다능함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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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1)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2) 책 <폴리매스>
※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