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 남자친구 자동차가 모닝이면 쪽팔릴 일일까? 생각만 해도 한숨이 푹푹 나오는 질문이고, 솔직히 속물 같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다행히 이 질문은 낚시였다. 모닝을 사려던 사람이 반응을 떠보려고 낸 기출변형이었던 것. 그냥 변형도 아니고 ‘기출’ 변형인 이유는 모닝과 쪽팔림 사이에 오래된 연관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30대 남자친구 자동차가 모닝이라 쪽팔린다는 글이 진짜로 올라온 적이 있다.
“남자친구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도 아니고, 성실하고 좋은 사람인데, 남자친구 차 타는 게 너무너무 부끄러워요. 데이트한다고 1시간 동안 화장하고 머리하고 원피스 차려입고 나가서 모닝에 탑승하는 순간 저 자신이 초라해집니다. 아는 지인이 볼까 봐 창피해요.”
글쓴이는 직접 차를 살 생각도 있는 것 같지만, “제가 차를 사도 남친이 모닝 끌고 나오면 어쩌나요. 외제 차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구형 소나타라도 좋습니다.”라며 하소연했다. 그러면서도 “아… 이런 걸로 고민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욕이라도 해주세요. 저도 이런 저 자신이 너무 싫네요.”라고 말한다.
이렇게 하소연과 자책이 동시에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본인도 이게 잘못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안전’을 이유로 좋은 차를 타야 한다고 말한다면 충분히 타당한 논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소형차를 타기 싫은 이유가 쪽팔림이라면 속물 소리를 들어도 할 말 없다. 타인의 시선을 눈치 보는 삶이고, 자격지심에 불과하다. 내면이 단단한 사람은 타고 다니는 차가 소형인지, 대형인지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사실 우리 삶에는 진짜로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 자동차 크기에 신경 쓰고 있다면 본인 삶이 충분히 치열하지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
하지만 이것을 한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차 때문에 남자친구가 쪽팔리다는 수준은 정도가 지나치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를 통해 상대방을 가늠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나도 그런 행동에서 100% 자유롭지 못하다. 성공했다는 친구가 모닝을 타고 나타나면 ‘쟤 정말로 성공한 거 맞아?’라고 생각할 것이다. 변명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이것은 명백히 잘못이다. 사람을 껍데기로만 판단하는 나쁜 습성이다.
그럼에도 이를 언급하는 이유는 사회 전반적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누구도 속물근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차 욕심이 없는 사람도 성공하고 지위가 올라가면 주변으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 “모양새를 생각해서라도 좋은 차를 타세요. 본인 이미지가 문제가 아니라 조직 이미지가 안 좋아집니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허례허식에 동참하게 된 사람을 본 적도 있다.
이런 세간의 인식은 바꿀 수 없는 걸까? 아니다. 인식은 시대에 따라 바뀐다. 500년 전에 민주주의는 어처구니없는 사상이었지만, 지금은 지극히 당연한 사상이 되었다. 게다가 요즘은 인식이 바뀌는 속도도 빨라졌다. 인터넷의 발달과 SNS의 등장으로 생각의 전파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나쁜 인식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인식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25%다. 책 <패거리 심리학>에 따르면 25%의 사람이 인식을 바꾸면, 그것이 전반적인 인식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나 하나 바뀌어서 뭐하겠어?’라고 생각하지 말고 ‘나부터 바꾸면 바꿀 수 있다’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딱 25%만 모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해볼 만 하지 않은가?
참고
1) 내 남친 차 좀 쪽팔려 ㅇㅈ?.jpg, 웃긴대학
2) 남친 차 모닝이 부끄러워요 ㅠㅠ, 보배드림
3) 책 <패거리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