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국인이 한국인 때문에 먹고살 수 있는 이유. 그것은 한국인만 먹으러 다니는 어느 해산물 덕분이다. 그 해산물의 정체는 바로 골뱅이.
골뱅이는 나선 형태의 껍데기를 갖는 연체동물로 고둥류로 분류된다. 물속에 사는 고둥류들을 골뱅이(=골(물)+뱅이(고둥))라고 하며 땅에 사는 고둥류들을 달팽이(=달(땅)+뱅이(고둥))라고 한다. 영어에서는 골뱅이를 ‘sea snail’, 즉 바다 달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골뱅이는 주로 삶거나 구워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무침을 해 먹는데, 쫄깃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라 안주 거리로 한국인에게 매우 사랑받고 있다.
골뱅이를 먹는 나라는 한국, 프랑스, 일본뿐인데, 이 중에서도 한국이 가장 많은 골뱅이를 먹는다. 전 세계 소비량 4,700톤 가운데 4,197톤(89%)이 대한민국에서 소비된다. (이것도 이미 10년 전 이야기… 레알 골뱅이 헌터의 민족)
이처럼 골뱅이 소비량이 많다 보니 국내산으로는 그 양을 충당할 수가 없고 (여기가 골뱅이 지옥인가요?) 소비량의 99%를 해외에서 수입한다고 한다. 주요 수입국이 영국과 아일랜드이니 애슐리가 한국인 때문에 먹고 산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셈. (애슐리 화이팅!)
19세기 이후 시작된 세계화와 국제주의의 물결이 오늘날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골뱅이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흔히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다고 한다. 우리는 그게 주변 이웃 정도가 아니라 전 세계적 규모가 된 시대에 살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고립주의가 유행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하지만 트럼프는 재선에 실패했지), 세계화는 이제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상이 된 듯하다. 다음에 골뱅이를 먹을 때면 지구 반대편에서 애쓰고 있는 애슐리를 떠올려보면 어떨까? 국제적인 마인드라는 건 어쩌면 이런 사소한 생각에서 시작되는 걸지도 모른다.
덧. 골뱅이는 양식이 힘들다. 이 말은 모든 골뱅이가 자연산이라는 말이다. 자연산 골뱅이라는 말에 속지 말기를!
참고
1) “오로지 한국인 위해 잡는다” 골뱅이船 띄우는 영국, 조선일보
2) 골뱅이…주꾸미…닭날개… 술안주 ‘국산이 없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