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버거킹 영국 법인이 공식 트위터 계정에 글 하나를 올렸다. 그런데 제목이 이상하다. “맥도날드에서 주문하세요.”이다. 버거킹이 정신이 나간 걸까? 트위터 관리자가 빡쳐서 퇴사하기 전에 푸짐하게 엿을 선물하려고 한 걸까? 내용을 읽어보니 그런 게 아니었다. 조금은 숙연해지는 글이다.
“맥도날드에서 주문하세요. 우리도 이런 부탁을 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KFC, 서브웨이, 도미노 피자, 피자헛, 파이브 가이즈, 그렉스, 타코벨, 파파 존스, 레온 그리고 이곳에 적지 못하는 수많은 식당에서 주문해달라고 요청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수천 명의 직원들을 고용한 식당들은 여러분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그들을 돕고 싶다면 배달, 포장, 드라이브 스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음식을 즐겨주세요. 와퍼가 언제나 최고이지만, 빅맥을 주문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현재 유럽은 코로나 2차 유행이 번지면서 다시 강력한 봉쇄 조치가 내려지고 있다. 식당들은 이런 조치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한 식당이 어려워지는 것도 안타까운 일인데, 산업 전체로 생각하면 수만 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기도 하다.
버거킹은 이런 상황에서 자사의 이익을 위해 경쟁 구도를 만들기보다 경쟁사를 추천하면서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굉장히 대인배스러운 행동이고, 이 행동으로 인해 고객을 경쟁사에 뺏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버거킹은 이전에도 SNS 마케팅에서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2019년에 8년 전 제품을 재출시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 기발한 방법을 사용했다. 셀럽들의 트위터를 돌아다니며 8년 전에 올린 게시물마다 좋아요를 찍고 다닌 것이다. 결국, 이 이상한 행동은 1,000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케이시 네이스탯에게 발각되었다. 그는 이 행동을 스토리텔링으로 바꿔 유튜브 영상을 만들었고, 300백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정말 기막힌 마케팅이었던 것.
이번에 보인 도발적인 트윗도 마찬가지다. 맥도날드에서 주문하세요. 이 말도 안 되는 제목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는 상생과 화합의 목소리를 내며 좋은 이미지를 챙겨갔다. 어쩌면 맥도날드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맥도날드에서 주문하세요’라는 제목이었지만, 읽고 나면 ‘버거킹 좋아요’만 남을 테니 말이다. 이번 트윗도 버거킹이 얼마나 SNS 고수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 같다.
참고 : 버거킹 UK 공식 트위터, twitter.com/burgerking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