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영화나 드라마 같은데서 보면, 누군가가 옥상에 올라가 돈다발을 아래로 뿌려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이게 웬 횡재냐’며 떨어진 돈을 줍기 바쁘거나 아니면 황당하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하늘 위를 쳐다본다. 땅에 떨어진 돈도 주워볼까 말까인데 하늘에서 떨어지는 상황이라니… 정말 주인이 없거나 사연이 없는 출처가 전혀 없는 돈이 내게 절로 굴러온다면 좋겠다는 건 단지 상상에 불과할 뿐일까.
이런 상상이 현실로 일어났다.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5만원 지폐 120장(총 600만원)이 아래로 쏟아졌다. 그것도 한낮에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나라를 뒤흔들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국내 언론은 이를 보도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언론들에 따르면 그 아파트에 살고 있떤 A씨가 부인과 말다툼을 한 뒤 홧김에 집에 있던 돈을 갖고 나와 밖으로 뿌린 것이다. 이를 본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과 주민들의 협조 끝에 2시간 동안 딱 한장 빼고 모두 회수, A씨에게 돌려줬다고 한다.
이 황당한 사건이 훈훈한 이유는 아무래도 딱 한장만 빼고, 그러니까 총 595만원이 다시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주워가거나 무시할 수도 있었을 텐데 떨어진 돈을 일일이 찾아 주인에게 돌려준 걸 보면 아직 우리 세상이 심각할 정도로 각박하지는 않음을 새삼 느낀다. 기사 곳곳 댓글을 남긴 네티즌들도 이런 건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버린 것’이기 때문에 가져간다고 한들 그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렇다면, 홧김에 사고를 친 A씨는 어떻게 해야할까? 당연히 민망하고 고맙다는 인사치레로만 끝나선 안될 것이다. 경찰과 주민들이 시간을 들여 찾아준 수고만큼이나 그 역시 되돌려받은 돈의 일부를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써야할 것이다. 이 사연은 단순히 어느날의 사건 사고로 끝나지 않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바꿔버린 제목처럼 사람들의 양심 테스트 글로 널리 읽힐 것 같다. 일단 이 사연에서 양심 테스트의 대상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을 본 시민들이 아니라, ,이 돈을 다시 돌려받은 A씨인 듯하다. 주민들에게 민폐를 끼친 죄송스런 마음과 돈을 돌려받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어떻게 모두 다 표현할 것인가. A씨의 현명한 사후처리를 기대해본다.
참고
1. [앵커리포트] 하늘에 뿌려진 5만원 권 120장…1장 빼고 다 찾았다, YTN
2. <전국민 양심테스트.jpg>, 웃긴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