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유망주에게 도박을 건 한국기업

스페인 출신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은 ‘흙신’ ‘클레이 코드의 황제’로 유명하다. 그는 올해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French Open, 롤랑가로스) 남자 단식 결승에서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를 세트 스코어 3대 0으로 가볍게 물리쳤다. 역대 최고 선수를 다투는 경기에 세계 테니스 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가장 치열한 승부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나달은 올해 대회 우승으로 프랑스 오픈 13번째 우승, 그랜드 슬램 20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특히 그랜드 슬램 20승은 스위스 출신 선수 로저 페더러와 함께 역대 다승 공동 1위에 해당한다. 나달은 이번 우승으로 개인 통산 999승, 프랑스 오픈 100승의 대기록도 썼다.

 

이런 세계적인 선수도 처음부터 세계적이지 못했다. 2004년 햇병아리 선수였던 나달을 후원해준 회사는 바로 우리나라 기업 ‘기아’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웃긴대학에서 돌고 있는 일화가 있다.

 

 

신인시절 17살이었던 나달은 랭킹 50위도 안됐던 선수였다. 발목 피로골절도 겹쳐 시즌 아웃마저 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기아 글로벌 마케팅 팀 한명이 그의 경기를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저 청년은 반드시 월드스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주위의 우려에도 아랑곳않고 10년짜리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만약 나달이 계속 잦은 부상으로 그저 그런 선수로 남았다면 고스란히 돈만 날릴 수 있었던 그런 상황이었다. 물론 나달 역시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자신에게 파격적인 호의를 베풀어 준 기아에게 감동어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다행히 그는 세계 테니스계의 월드스타로 떠올랐고, SNS 등에서 기아에 대한 고마움을 자주 표현했다. 대회 우승 후 부상으로 벤츠를 받았을 때도 이렇게 언급했다고 한다.

 

“최고의 차인 기아보다 못하지만 괜찮은 차입니다”

 

2015년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그와후원 계약을 맺으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기아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5년 더 연장했고, 올해 또 2025년까지 연장했다. 21년 연속 동행이다. 나달의 의리도 의리지만 월드스타를 일찌감치 알아본 기아의 안목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그리고 우리는 이 사례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기아차 담당자의 스타를 보는 안목은 쉽게 따라갈 수는 없어도, 나달이 월드스타가 된 이유는 알 수 있다. 바로 신인시절부터 한결같이 하는 ‘코트 정리’에 있다.

 

그의 대표적 수식어인 ‘클레이의 황제’란 말처럼 그는 테니스 코트의 하나인 ‘클레이’ 코트에 강하다. 클레이 코트는 바닥 표면을 점토(clay)로 만든 것인데. 평소 롤러로 잘 밀어서 정비하지 않으면 바닥의 굴곡이 심해지고 플레이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나달은 항상 운동 후에 자신이 직접 코트를 정비하는데, 그물 매트를 잡아 당겨 모든 발자국을 지우고, 표면 입자를 고르게 편다고 한다. 테니스 라켓을 처음 잡았던 5살부터 지금까지 길러온 습관이라고 한다. 자신에게 최적화된 경기 환경을 만들어간 셈이다. 역시 진정한 프로는 자신의 위치가 어디에 있든 핵심습관을 놓치지 않는 법이다. 이런 점이 그와 기아차가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의리’로 이어지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참고 <꼬마 유망주에게 도박을 건 한국기업.jpg> 웃긴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