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800원으로 편리함을 주었던 청년

기업이건 개인이건 코로나19와 4차산업혁명이 혼재된 세상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단어가 ‘혁신’인 것 같다. 혁신(革新), 사전적 의미 그대로 묵은 풍속과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하는 것이다. 단어가 가진 간결·강렬함과는 달리 이 과정은 개인 또는 기업의 수고로움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의 시작은 기존과 다른 1%의 변화로 이뤄지는 것 같다.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을 포함 여러 커뮤니티에서 돌고 있는 한 청년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과거 서울시 버스정류장 노선도에는 방향 표시가 없었다. 그래서 개인이 길을 잘 모를 경우 버스기사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는 이상, 내가 가는 목적과 반대 방향으로 갈 우려가 컸다.

 

 

2011년 학점은행제 과정을 수행중이던 이민호(당시 23세)도 이런 불편을 겪고 있었다. 이에 서울시에 정류장 노선도에 방향 표시를 해달라고 민원을 넣었지만 처리 기간이 오래걸렸다. 또 민원을 넣은 정류장에만 방향 표시가 됐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직접 마주치는 정류장 마다 족족 방향표시 스티커를 붙이기로 마음 먹는다. 그리고 문구점에서 800원짜리 방향 표시 스티커를 사서 붙이기 시작했다. 마포구에서 시작한 일은 서울시내로 확대됐고, 그가 2년여간(2013년도 초)까지 스티커를 붙인 정류장은, 서울시내 6500개 정류소 중 3500여곳에 달한다.

 

 

나중에는 조금 더 비용을 들여서 더 품질 좋은 스티커를 붙였다. 이런 그의 선행이 서울시청에 알려지면서 즈는 2012년 5월 서울시장 표창장을 받았고 전체 정류장 노선도의 개편과 교정까지 이뤄냈다. 이와 더불어 그해 5월 말에는 KBS1 다큐 ‘아름다운 사람들’에 나와 전국에 그 선행을 알렸고, 이를 본 현대자동차에서 그에게 입사까지 제안했다. 민호씨는 입사에 성공했지만 4개월 만에 그만두고, 폴리텍대학에 입학해 자신의 실력으로 원료의약품 회사에 재취업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버스 정류장에 화살표를 붙이는 것은 봉사활동이었고, 취업은 온전히 자신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버스가 가는 방향을 화살표 스티커로 붙여보자는 작지면 큰 행동이 시민들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준 것도 혁신인데, 지난날의 성과에 취하지 않고 다시 또 실력을 키워 전문 기능인이라는 새로운 자아실현도 이뤄냈다. 진짜 ‘혁신’ 그 자체를 살아가는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또 어떤 1%의 변화로 99%에 영향을 줄 지 기대가 된다.

 

참고
1. <단돈 800원으로 편리함을 주었던 청년.jpg> 클리앙
2. [청년드림]“봉사와 업무 병행, 딱 맞는 옷 찾았죠”,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50909/735107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