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생활에서 워라벨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물리적인 균형이 곧 심리적인 균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듯하다. 업무 시간이 줄었음에도 여전히 업무 스트레스와 만성 피로 그리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이 보인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부류가 바로 ‘번아웃’에 이른 사람들이다.
번아웃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전부 불태워서 탈진에 이른 상태로, 일 중독이 주요 원인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업무를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쉬지 않고 내처 달려간다. 퇴근 후에도 일 생각에 마음이 불안하고, 잠자리에 누워서도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것만 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어려울 만큼 무기력한 상태에 이른다. 심하면 분노감과 자기혐오에 시달리기도 한다. 재충전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은 결과 아예 방전되어 버리는 것이다.
0) 번아웃에 유독 취약한 사람들
그럼 어떤 사람들이 번아웃에 빠지게 될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일에 두거나 성공에 유난히 집착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자기 이상이 매우 높다. 손대는 일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고, 남들보다 빛나는 성과를 내야만 한다. 그래서 마치 빚 갚으라고 쫓아다니는 사채업자처럼 자신을 끊임없이 다그치고 닦달한다.
이런 사람들은 행복의 기준을 타인의 평가에 둔다. 그래서 실패를 용납할 수 없다. 번아웃 개념을 창시한 정신과 의사 허버트 프뤼덴버그는 이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의지로 어려운 과제에 도전했다면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경험 자체가 사람을 단련한다고 했다. 하지만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노력했다면 안타깝게도 그 경험은 사람을 단련하지 않는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사람 중에 작은 시련에도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이런 사람들의 심리적 특징은 무력감과 자신감 결여라고 볼 수 있다. 보통 사람은 웬만한 일이라면 제힘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다. 그런데 지나친 목표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작은 과제 앞에서도 ‘내 힘으론 어쩔 수 없어’ 하는 무력감을 학습하게 된다. 그들의 내면은 걱정과 공포로 한시도 편할 날이 없게 되고, 만성피로와 무기력을 호소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럼 어떻게 해야 번아웃을 극복할 수 있을까?
1) 행복의 기준을 내 안의 느낌에 둔다
누구는 가난한 살림에도 행복한 표정을 짓고, 누구는 호화 저택에 살면서도 우울함을 떨치지 못한다. 즉, 우리는 행복이 주관적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행복마저 객관적일 필요는 없다. 내 안의 느낌이 편안하고 즐거우면 그게 행복이다. 타인의 기대를 모두 만족시키려 하지 말자. 모든 일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필요도 없다. 세상은 실패를 그저 실패로 보겠지만, 내 안에서 실패는 성장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일에서든 타인의 평가가 아닌 자신의 관점에서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 때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2) 작은 성공을 맛본다
누구든지 눈앞의 과제가 크고 어렵다고 느낄수록 걱정이 늘고 행동력이 약해진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가장 쉬운 부분이 있는 법이다. 책을 한 권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스럽겠지만, 한 페이지만 쓰겠다고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그마저도 힘들다면 소제목만 쓴다고 마음먹는다. 그러다 보면 아무리 작아도 그날 할 수 있는 일을 해낼 수 있다. 그렇게 ‘해냈다’는 경험이 쌓이면 어느새 어려운 주제에도 저절로 손이 가게 된다. 현실감 있는 작은 목표를 설정해 하나씩 격파하다 보면 무기력은 자연스레 극복할 수 있다.
3)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세상 일이 모두 계획대로 풀리면 좋겠지만, 인생에는 운처럼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존재한다. 그런 주제에 영향력도 크다. 그 모든 변수를 다 염두에 두고 살 수는 없다. 그래서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하는 베짱이 필요하다. 실패했다고 ‘난 뭘 해도 안 돼’라며 자포자기하지 말고, ‘어쩔 수 없지. 최선을 다했으니까 미련은 없다’ 하는 심정으로 넘겨버릴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런 배짱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 구조가 실패를 절망과 동일시하는 인식을 낳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잔혹하고 막막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인생 지하실 구경 좀 해본 경험에 의하면 망한다고 죽으란 법은 없더라. 그러니 ‘그럴 수도 있지’라며 훌훌 털어버릴 줄 아는 배짱을 기르도록 하자.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자유롭고 당당한 삶을 꿈꾸는 딸에게 전하는 자기 돌봄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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