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살린 ‘신의 한 수’

 

요즘 일본 동태가 수상하다지? 일단 남해안 방어시설들 확충하고 쓸만한 인재 좀 추천해봐라.

 

 

전하. 이순신이라고 제가 잘 아는 동생이 있습니다. 지금 백의종군 중이긴 한데, 실력과 인품이 괜찮습니다.

 

 

오키. 자료 좀 줘봐… 오… 괜찮은데? 정읍이 큰 고을이기도 하지만, 군사적으로도 중요하니 여기 현감을 맡겨서 일하는 것 좀 보자.

 

 

오~ 파격 임명 ㄳㄳ

 

 

이순신 일하는 거 보니까 괜찮다! 좀 더 큰 일을 맡겨야겠어.

 

 

어떤 자리를….?

 

 

전라 좌도 수군 절도사

 

 

전라좌수사면… 함대 사령관인데요?

 

 

ㅇㅇ 그런데?

 

 

계급으로 중장급인데…. 이순신은 지금 소령쯤 되는데요?

 

 

ㅇㅇ 그래서?

 

 

그래서라뇨;;; 소령에서 중장까지 5계급을 한큐에 올리는 게 말이 됩니까? (당시 품계상으론 종6품에서 정3품으로 8계급 승진에 해당한다)

 

 

외않되?

 

 

아무리 이순신이 실력이 좋다지만, 이건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온 조정과 대간이 뒤집어졌고 류성룡조차도 극구 반대했다)

 

 

다른 애들은 다 승진 보류시킬게. 그런데 이순신은 승진시킬거야.

 

 

후… 전하…

 

 

5계급을 한큐에 올리기는 좀 그런가?

 

 

ㅇㅇ 당연한 말씀.

 

 

그럼 일주일에 한 계급씩 올려서 5계급 승진시켜.

 

 

????

 

 

한꺼번에 5계급 승진은 안 된다매. 이러면 한꺼번에 올리는 건 아니잖아. 더 할 말 있음?

 

선조는 조정 신료들과 대간이 입을 모아 지나친 승진이라고 반대를 하는 와중에도 이순신을 정읍 현감에서 진도 군수로 승진시키고, 진도로 부임하기도 전에 가리포첨절제사로 전임하고, 곧바로 이번에도 부임하기도 전에 다시 전라좌수사로 임명하는 방식으로 파격 승진을 단행했다. 그리고 이 인사는 조선을 살리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당시 이러한 파격 승진은 대신들의 반대에도 선조가 독단적으로 밀어붙인 일이라고 한다. 훗날 이순신을 시기했던 모습을 생각하면 ‘이게 정말 선조가 맞나?’ 싶을 정도다. 게다가 인재 등용에서 빛을 발했던 게 이순신 뿐만이 아니라고 한다. 이순신과 함께 임진왜란에서 활약한 권율을 비롯해 동의보감으로 유명한 허준, 오성과 한음으로 유명한 이항복과 이덕형, 그리고 관동별곡으로 유명한 정철도 있다.

 

이를 두고 선조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진왜란만 아니었다면 세종, 정조와 더불어 3대 명군이 됐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선조는 오늘날 명군이 아닌 희대의 암군으로 불린다. 공도 있지만, 그 공을 다 무용지물로 만들 정도로 심각한 과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 인재보는 눈으로 원균을 걸러내지 못한 게 최대의 실수 중 하나다 ㅠㅠ)

 

명암이 엇갈리는 선조의 평가를 보면, 위기에서 빛나는 게 진짜 실력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임진왜란이 없었다면 정말 명군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임진왜란이 벌어졌고, 선조의 리더십은 얕은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이순신의 전공을 깎아내리는 모습을 보면 옹졸하기 짝이 없다. 실력은 있으나 멘탈이 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공도 있고 과도 있으나 덕이 없으니 암군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실질적인 실력만큼 자존감도 중요하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는 인물이 선조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보통 실력이 있으면 자존감이 강하던데 ㅠㅠ)

 

참고 : 선조가 임진왜란으로 욕만먹는게 억울한 이유.jpg, pgr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