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 하나가 화제가 되었다. 스파게티와 함께 레모네이드가 메뉴로 나왔는데… 담아줄 곳이 마땅치 않아 사발에 담아주었던 것. 한 학생이 이를 ‘누가 레모네이드를 사발로 줘요~’라는 글과 함께 트위터에 올렸고, 구수한 레모네이드 사진은 각종 커뮤니티로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사발 레모네이드가 입방아에 오르자 학교가 나섰다. SNS 게시자를 색출하기 시작한 것. 그런데 색출 이유가 예상 밖이었다. “이 사진 하나로 레모네이드도 사발로 주는 우리 학교의 급식을 널리 알린 친구~ 상품을 선사하리라.”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이었으면, 학교 얘기 밖에 흘렸다고 무조건 혼냈을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를 홍보라고 치켜세워주고 오히려 학생에게 상을 준단다.
그런데 이게 꼭 세상이 변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일까? 나는 학교가 매우 현명한 전략을 펼쳤다는 생각이 든다. 레모네이드를 사발로 주는 건, 잘한 일일까, 못한 일일까? 굳이 따지자면 사발에 담아줄 수밖에 없는 옹색한 사정이 드러나는 일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이를 트윗한 학생을 칭찬하고, 학교를 널리 알렸다고 상을 주었다. 그 순간 전혀 다른 프레임이 생긴다. 레모네이드를 사발로 주는 감동적인 급식이 되어버린다.
바둑에서는 이런 수를 ‘상생’이라고 한다. 남을 살려서 자기를 살리는 수를 말한다. 만약 옛날 고리짝처럼 학교 위신 깎아 먹었다고 학생을 색출해 혼냈으면, 정말로 학교 위신을 크게 깎아 먹었을 거다. 아무 행동 없이 가만히 있었어도, 센스 없게 레모네이드를 사발에 퍼주는 학교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에게 상을 줌으로써 상황은 반전되었다. 훈훈하고 유쾌한 결말을 끌어내 학생도 살리고, 학교도 살렸다. 이런 게 좋은 처세술 아닐까?
참고 : SNS에 급식사진 올린 학생 수배!! 그 후…, 이토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