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 중에 뭐가 더 빨리 얼까요?
사람들 : 당연히 차가운 물이죠;;
아리스토텔레스 : 사실은 뜨거운 물이 더 빨리 얼음. 불같은 성질을 지닌 자가 더 빨리 차분해지듯, 어떤 성질이 주변과 반대가 되면 그 성질이 더욱 강화됩니다. 이것이 반주변성이라는 자연의 본질이오.
사람들 : (아닌 것 같은데…)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원전 300년경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같은 조건에서 더 빨리 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당시의 과학 수준으로는 이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13세기의 철학자 로저 베이컨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로 유명한 데카르트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했는데…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2000년이 흐른 뒤 아프리카 동부의 탄자니아에서…
음펨바 : (요리 시간 중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위해 우유와 설탕을 끓이다가) 아이씨. 만드는 게 늦었네. 이걸 식혀야 냉장고에 넣어준다고 하셨는데… 에라 모르겠다. 몰래 넣어야지.
음펨바 : (잠시 후) 어? 뭐지? 덜 식힌 아이스크림이 식힌 아이스크림보다 빨리 어네? 이것 보세요. 뜨거운 물이 찬물보다 더 빨리 얼어요!
선생님 : 뭐래는 거니? 이상한 소리나 하고. 글고 보니 너 선생님 말 안 듣고 뜨거운 거 넣었지?
음펨바 : (시무룩)
중학생이었던 아리스토 음펨바는 요리 실습에서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더 빨리 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주변 친구나 선생님들은 이 말을 무시할 뿐 제대로 상대해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다니는 학교로 물리학 교수 데니스 오스본이 강연을 오게 된다.
음펨바 : 교수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오스본 : ???
음펨바 : 뜨거운 물이 찬물보다 빨리 언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아무도 믿어주질 않아요.
오스본 : !!!
오스본 교수는 음펨바의 말을 믿고 실험에 착수. 1969년 학술지에 ‘음펨바 효과’라는 이름으로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언다는 사실을 발표하게 된다.
물리학 역사상 처음으로 단순 발견자 이름이 붙은 이 현상은 이후로도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희대의 난제가 되었다. 영국왕립화학회에서는 음펨바 효과의 원인을 밝히면 상금을 주겠다고 했을 정도.
그러다 2013년에 이르러 싱가포르 난양 공과대학교의 순장칭 교수와 장시 박사팀이 음펨바 효과의 원인을 밝혀낸다. 물 분자는 하나의 산소 원자와 두 개의 수소 원자가 공유 결합으로 연결되어 있고, 다시 각 물 분자들은 수소 결합이 제공하는 약한 힘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때문에 물은 표면 장력도 크고, 얼음일 때 부피가 더 커지기도 한다.
논문에 따르면, 저온에서는 수소 결합이 물 분자들을 끌어들이면서 분자 내부에 자연적인 척력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공유 결합의 길이가 길어진다고 한다. 반대로 고온에서는 분자들의 간격이 넓어져 수소 결합이 길어지고, 척력이 줄어들어 공유 결합은 짧아지게 된다. 공유 결합이 짧아지면 결합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여기서 핵심은, 공유 결합이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냉각 과정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액체가 고체가 되려면 에너지를 방출해야 하기 때문. 공유 결합이 짧아지면서 에너지를 방출할 경우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초기 에너지 상태가 낮아질 수 있고, 이럴 경우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먼저 어는 음펨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35도와 5도의 물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고 한다)
참고
1) 현대 물리학의 난제, 음펨바 효과(Mpemba Effect), 루리웹
2) 2000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의문, 루리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