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움짤을 보고 2가지 면에서 경악했다. 하나는 사진에 등장한 여성의 복장과 자세가 너무나도 한국적이라는 것. 쓰레빠와 몸빼에 쪼그려 앉은 자세까지. 얼굴만 가리면 한국인이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다. 다른 하나는 의자. 세상에 이보다 작업 친화적인 의자는 본 적이 없다. 엉덩이와 완전히 일체화된 디자인. 사진으로도 느껴지는 쿠션감. 이보다 적절할 수 없는 높이. 지금까지 수많은 작업 현장에서 개고생했던 추억이 떠오르면서 ‘왜 그때는 이게 없었을까 ㅠㅠ’ 하는 한탄이 절로 나왔다.

이 의자의 이름은 쪼그리. (이름도 적절하다) 쪼그려 앉아 작업해 보면 알겠지만, 힘도 들고 부상 위험도 크다. 특히 관절염 발생 확률이 2배 이상 높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쪼그리 덕분에 그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 지자체에서는 여성 농업인을 위해 쪼그리를 대량으로 구매하기도 했고, 입소문을 타고 해외까지 수출되었다. 작업자들의 건강도 지키고, 외화까지 벌어오는 찐 아이디어 효자상품인 셈이다.

쪼그리가 불러올 경제적 효과는 단순히 상품 판매에서 그치지 않는다. 작업자들이 편하니 생산성도 오를 테고, 관절염을 막아주니 의료비 손실도 줄어든다. 이런 게 진짜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가 아닐까 싶다. 몇 해 전부터 호미나 포대기 같은 한국형 생활 아이템이 해외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쪼그리도 머지않아 코리안 꿀템 목록에 이름을 올릴 것 같다.

덧. 국방부 뭐하나요! 군대에도 보급하자!

참고
1) 해외에 수출된 자랑스러운 한국 의자, 더쿠
2) 밭일할 때 이거 없으면…농사용 효자 의자 ‘쪼그리’, MBN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