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입학하기 전에는 대학만 입학하면 세상을 다 얻을 것 같았다. 군대에 있을 때는 전역만 하면 다 잘 될 줄 알았다. 취업도 못 해서 빌빌댈 때는 취업만 하면 인생 확 펴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 세상에 공짜는 없더라. 대학에 가니 학점 경쟁에 치여 살고. 전역하고 나니 나는 그대로인데 세상만 변해 있고. 취업하니 먹고 살기가 이렇게나 힘든 거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렇게 눈코 뜰 새 없이 일하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뭘 위해서 이렇게 일하고 있나? 세상이 그렇게 넓다는데 나는 하루 종일 작은 모니터만 바라보며 자판만 두들기고… 무얼 바라고 이러고 있나?
비전이 없어서, 야망이 없어서 이런 생각이 들까? 젊었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그건 아닌 것 같다. 반복된 업무와 스트레스에 지쳐서 그렇다. 아무리 야망이 큰 사람도 지치면 어쩔 수 없다. 만사가 다 귀찮고, 품었던 꿈도 잊어버린다. (이래서 넘치는 활력이 성공의 필수 조건이라는 말도 있다. 맞는 말 같다)
그래서 우리는 힐링이 필요하고 위로가 필요하다. 문제는 근거도 없이 마냥 잘 될 거라는 낙천주의, 무조건 괜찮다고 말하는 정신승리, 아무 잘못한 거 없다는 책임회피가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팔려나갔다는 점이다. 이런 건 힐링이 아니다. 위로가 아니다.
그럼 어떨 때 힐링을 느낄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충전되더라. 여기서 말하는 사랑이 꼭 남녀만의 관계는 아니다. 그게 연인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다. 요즘에는 SNS나 게임에서 만나는 사람일 때도 있다. 그렇게 내가 아끼고, 함께 있어 즐거운 사람을 만나면 방전된 체력이 서서히 차오르는 걸 느낀다. 그들이 미소를 지으면 100%를 넘어 120% 150%까지 충전된다.
그래서 유독 힘든 날이면 빵이나 치킨을 사 간다. 가족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그래서 힘들고 지칠 때, 뭘 위해서 이렇게 일하나 싶을 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게 진짜 힐링이 아닐까 싶다.
덧. 근데 간식 함부로 사갔다가 등짝 스매싱을 맞을 수도 있다.
덧2. 그래도 딸은 내 편!
참고 : 회사에 입사한 대학생의 깨달음.JPG, 웃긴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