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안 알려졌는데 자랑스러운 이야기

 

‘동티모르’라는 나라가 있다. 혹시 뉴스를 좋아하거나 해외 파병 사례를 찾아봤다면,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거다.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와 호주 사이에 있는 티모르섬의 동쪽 절반에 자리 잡은 국가다. 재밌는 게 ‘티모르’라는 말의 뜻이 ‘동쪽’이다… 동티모르는 결국 ‘동쪽-동쪽’이라는 뜻이 되는데, 이쪽 언어에서는 이런 겹말 표현이 흔하다고. 과거 인도네시아에서는 동티모르를 티모르-티무르라고 부르기도 했다.

 

 

동티모르는 과거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대부분의 국가가 식민지를 포기했는데, 포르투갈은 끝까지 식민지를 포기하지 않았고, 당연히 세계 곳곳에서 독립전쟁이 벌어졌다. 그러다 1974년 포르투갈에서 ‘카네이션 혁명’이 일어났다. 이 혁명의 결과 포르투갈 제2공화국이 무너졌고, 동시에 식민지 지배권도 사실상 포기하게 된다. 그렇게 동티모르는 독립을 맞는 듯했다.

 

 

이후 프레텔린((FRETELIN, 동티모르독립혁명전선)이라는 정치 집단이 1975년 11월 28일 동티모르민주공화국의 독립을 선언한다. 그런데 프레텔린은 공산권 좌익 계열의 정치집단이었고, 동티모르의 공산화를 원하지 않았던 미국-호주-인도네시아 3국은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침공을 암묵적으로 합의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동티모르는 다시 인도네시아에 지배당하는 처지가 된다.

 

 

이후 인도네시아의 혹독한 통치가 이어졌다. 그러던 중 한 청년이 인도네시아군에 목숨을 잃었고, 산타크루즈 공동묘지에 안장된 이 청년을 추모하기 위한 시위가 벌어졌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군대는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이것이 동티모르의 끔찍한 상황을 전 세계에 알린 ‘산타크루즈 사건’이다. (우리나라의 독립 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이 많이 오버랩된다)

 

1997년에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독재정권이 민중의 힘에 못 이겨 퇴진하고, 인도네시아가 민주화되었다. 이를 계기로 동티모르에서도 독립 열망이 고조되었고, 마침내 1999년 주민 투표를 거쳐 압도적 찬성으로 독립을 결정하게 된다. (아래 사진은 손봉숙 동티모르 독립투표 유엔 선관위원의 모습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시 동티모르에 거주하던 인도네시아 잔류파가 인도네시아 군부와 결탁하여 ‘친 인도네시아 민병대’를 조직하고 무차별 공격을 시작했다. 주요 기간 시설의 70%가 파괴되는, 말 그대로 나라가 초토화되는 순간이었다.

 

 

이때 동티모르를 위해 나선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에서 철수하며 가는 곳마다 전투를 벌일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김대중 당시 대한민국 대통령은 APEC 정상회담에 참석해 ‘아시아의 문제를 다루는 회의이니 이런 문제를 막는 것도 의제가 될 수 있다’라고 주장해 긴급안건을 상정하게 된다. 그 결과 동티모르의 피해를 막고,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와 개발 도움을 약속함으로써 인도네시아와 동티모르 양쪽이 윈윈하는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이때 인도네시아와 동티모르 양국이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자 클린턴은 “김대중 대통령께서 주도하신 일이니, 그쪽에 감사를 표하시죠.”라고 말했다고…

 

 

이에 동티모르의 주권이 확립될 때까지 군대를 파병하기로 했고, 우리나라도 평화유지군인 상록수 부대를 파병한다. 사실 대한민국이 동티모르를 도와줄 의무는 없었다. 그럼에도 독립과 민주화라는 공감대와 평화를 위한다는 선의만으로 동티모르를 도와준 것이다.

 

 

그 결과 동티모르는 2002년에 주권을 가진 정식 국가로 승인받으며 21세기에 최초로 독립한 국가가 되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평화 노력과 민주화 운동 그리고 동티모르에 평화를 가져온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된다.

 

 

동티모르 지원은 대한민국이 단순히 국력만이 아니라 국제적 지위와 행보 면에서도 선진국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준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지금까지도 동티모르는 한국의 주요 인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고 한다.

 

 

참고
1) 의외로 잘 안알려진 국뽕 사례.JPG, 웃긴대학
2) 동티모르, 나무위키
3) 슬픈 역사의 오마주, ‘산타크루즈 사건’, 주 동티모르 대한민국 대사관
4) 김대중 대통령 Jose Ramos Horta(1999년 노벨 평화상 동티모르 수상자) 접견, e영상역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