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TV는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봤다. 유명인이 출연해 자신의 과거 얘기를 털어 놓고 MC와 이야기를 나눈다. 과거 사연을 재연한 내용이 나오고, 리포터들이 유명인의 그때 그시절 친구 또는 지인을 찾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몇십년 만의 상봉 시간을 갖는다. 유명인들의 그때 그 시절을 함께 지켜보며, 내가 태어나기 전이었던 1950~70년대의 사회상을 지켜보기도 하고, 리포터의 ‘찾았다!’ 외침 뒤로 흐릿하게 보이는 사연의 주인공을 보며 함께 설레기도 했다. 1994년에 시작한 방송은 2010년 5월까지 진행됐다.
종영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은 이런 매스컴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보다 쉽게 ‘그때 그 사람들’과 연결이 가능한 세상이 온 것 같다. 가수 이효리의 인스타그램에 그가 직접 올린 20년 전 사진과 설명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이 게시물에 등장한 ‘그때 그 사람’의 댓글, 그리고 그 사람의 포스팅이다.
과거에 대한 회상을 올리자마자 날라온 반응들, 다시 만나기는 어렵지만 SNS를 통해 연결된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과거에 교류했던 사람들과 다시 이어지기 쉬운 세상이 온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글을 보면서 동시에 드는 생각이 있다. 과거의 기억에 머물러 있던 사람과의 연결, 나아가 접촉이 쉬워졌으니 더더욱 관계 맺기에 신중해야 함과, 과거에 관계가 틀어졌을 경우 이것이 현재의 삶에 타격을 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통신망이 가져다 준 연결의 힘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보다 더 무서운 속도로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톱스타가 올린 과거 사진 한 컷에 등장한 6명의 인물들 뒤에 감춰진 어마무시한 힘을 본다. 그 힘은 오늘날 그리고 미래의 삶까지 영향을 미친다.
참고 <20년전 사진 올린 효리>, 이효리 인스타그램, 웃긴대학 등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