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석 꼰대 논란

이제는 꼰대에 관하여 많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듯하다. 조언을 가장한 강요나 무심코 저지르는 배려 없는 행동이 많이 줄어들었다. 더불어 모든 지적을 꼰대짓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시대에 맞는 배려와 함께 사는 지혜를 만들어나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꼰대짓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다음 자동차 조수석 논란도 그중의 하나다.

 

 

한 라디오 방송에 사연이 올라왔다. “강릉으로 출장을 가는데 후배는 면허가 없어서 제 차 타고 제가 운전해서 갔는데요. 후배가 돌아오는 길에 출장 때문에 너무 긴장해서 피곤했다며 쿨쿨 잠을 자네요. 저는 뭐 안 졸리나요? 이런 후배의 행동이 꼴사나워 보이는데 저 꼰대인가요?” 사연을 듣고 의견이 갈렸다. 한쪽은 “꼰대네요. 잠을 잘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라고 했고, 다른 한쪽은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같이 일어나 있는 게 매너긴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논란은 커뮤니티 댓글에도 이어졌다. ‘저게 왜 매너인지 모르겠다’, ‘조수석에서 대놓고 자는 건 무례한 일이다’ 등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개인적으로 이 논란을 보며 안타까웠던 점은 어떤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내 생각에 꼰대 같다’라는 말은 근거 없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원래 매너가 그렇다’라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옛날부터 그렇게 해왔으니 지켜야 한다는 말은 전형적인 꼰대 소리다. 그럼 이 논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근거를 따져봐야 한다. 운전 중 동승자의 역할에 관한 여러 근거를 함께 살펴보자.

 

 

운전 중 통화가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을 것이다. 전화를 손에 들고 하든, 핸즈프리를 사용하든, 통화하는 것 자체만으로 소주 6잔을 마시고 운전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의력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그럼 옆 사람과의 수다는 어떨까? 이것도 대화하는 것이니 통화처럼 주의력을 분산시키지 않을까? 2008년에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동승자와 수다를 떠는 것은 운전 능력 변화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동승자는 그저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주변 상황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동승자는 그 존재만으로도 운전자의 부족한 주의력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법에서도 동승자는 단순한 승객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만취하여 운전이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그 차에 함께 동승한 사람은 음주운전을 방조한 것으로 판단해 처벌한다는 규정이 있다. (음주운전처리지침규정 제 32조) 함께 차를 탄 이상 안전에 관한 책임도 함께 한다는 의미다.

 

 

요즘에는 내비게이션이 발달해서 굳이 조수석에서 길 안내를 할 필요가 없긴 하다. 경우에 따라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조용히 자 주는 게 편하다는 운전자도 있다. 하지만 안전운전에 대한 책임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주변 위험을 함께 감지하고, 졸음운전을 막아주고, 이런저런 행동을 도와주는 것. 이건 꼰대의 강요가 아니라 동승자도 함께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아닐까 싶다. (너무 피곤하다면 미리 운전자에게 양해를 구하자. 그러면 최소한 기분 상할 일은 없을 것이다)

 

참고 : 자동차 꼰대 논란.jpg, pgr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