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매력적인 이유는 제한된 공간 제한된 시간에서 펼쳐지는 ‘각본없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던 팀이 예상치 못한 참패를 당하기도 하고 기대도 하지 않았던, 단순히 큰 대회의 출전 경험을 쌓는 것에 의의를 뒀던 선수가 보란 듯 어마무시한 성적을 거두기도 한다. 그래서 세계인들은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월드컵과 올림픽 등 국제 대회를 기다리는 것 같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명승부보다 더 멋진 건, 정정당당하게 기량을 겨루는 페어플레이 정신이 아닐까. 온라인 커뮤니티 이토랜드 감동 사연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충분히 이길 수 있었음에도 이반 페르난데즈 선수가 케냐 선수에게 1등을 양보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커뮤니티 아래 링크된 관련 기사를 찾아봤다. 알고보니 경기 내내 무타이 선수와의 차이가 워낙 많이 벌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미 무타이 선수가 진정한 승자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리고 커뮤니티에 나온대로, 평소 승부보다는 스포츠맨십을 중요시 여긴 그의 어머니 덕분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성공을 하려면 ‘최고’ ‘1등’을 해야한다는 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살았다. ‘왜 이렇게 팍팍하게 사는가’ 반문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각자의 마음속엔 최고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내재화한지 오래다. 이 사연을 보면서도 이반 페르난데즈 선수의 행동에 먼저 감동했다기보단, ‘역전해도 아쉬울 것 없는 상황이었는데 굳이…’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결승선을 통과했다고 실수한 건 무타이 선수였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는 모두의 뿌리깊은 상식을 깨고, 기꺼이 상대 선수의 경기를 도왔고 1등보다 더 빛나는 2등을 차지함으로써 사람들의 기억에 1등으로 남았다. 긴 장마로 인한 저기압에 삶의 무게감이 더해가는 요즘, 살짝 그것을 잊게 하는 햇살 같은 이야기가 반갑기만 하다.
참고
1. <어떤 선수가 1등을 포기한 이유>, 에펨코리아(링크)
2. <참 승자는 이 남자!>, YTN(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