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커뮤니티에 7만 원짜리 안주 사진이 올라왔는데, 가격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비싸다’, ‘저 돈이면 저거 말고 딴 거 사 먹는다’라는 의견과 ‘안주로 저 정도면 싸다’, ‘강남이면 10만 원 받아도 될 듯’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이처럼 사람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싸다, 비싸다’라고 판단하는 기준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워렌 버핏은 2008년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런 말을 담았다. “가격은 당신이 내는 것이고, 가치는 당신이 가져가는 것이다. 일반 상품이든 주식이든 똑같다. 나는 좋은 퀄리티 대비 가격이 낮다고 느꼈을 때 사는 것을 좋아한다.” 이 말에서 우리는 가격의 본질에 관한 사실을 하나 알 수 있다. ‘싸다, 비싸다’를 좌우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그럼 우리 마음에서 무엇이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로 작동하게 될까?
가격은 단순히 금액이 많고 적음에 따라 ‘싸다, 비싸다’라는 의견이 갈리는 게 아니다. 다른 제품과 비교해야만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최신형 휴대폰이 50만 원이라고 하면 적당한 가격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 최신형 휴대폰이 50만 원이면 엄청나게 싼 가격이다. 출시되는 기기들이 툭하면 100만 원을 넘어가거나 못해도 80만 원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른 기기와 비교하여 판단하게 되니 똑같은 제품에 똑같은 가격도 시간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다.
안주 가격 논란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댓글에서 언급되었다시피 하나하나 따져보면 비싸지 않을 수 있는 가격이다. 7가지 메뉴가 한 번에 나왔으니 (그중에 3개는 치킨) 한 메뉴당 1만 원이라고 치면 그럭저럭 이해할 만한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메뉴에는 ‘안주’라는 이름이 붙는다. “안주 하나에 7만 원?” 이러면 또 매우 비싸게 느껴진다.
또한 이 논란이 일어난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처음 논란이 됐을 때는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는데, 최근에 위 내용이 커뮤니티에 올라오면 적당하다거나 싸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룬다. 시간이 지나는 동안 물가가 올랐기 때문에 다시 보니 선녀 같은 가격이 된 셈이다.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비교 외에도 다양하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카페에서 파는 커피를 비싸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돈이면 든든하게 국밥 한 그릇 먹겠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커피뿐만 아니라 카페라는 공간이 제공하는 편익을 사람들이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착한 소비, 브랜드 등 제품 이외의 가치도 가격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 즉, 가격은 철저히 심리의 영역인 셈이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다를 수밖에 없다. 취향도 제각각 다르다. 그래서 가격 논란은 언제나 일어날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 비싼 물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싼 물건이 되어도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 따라서 현명한 소비를 하고 싶다면 가성비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이 나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지 폭넓게 생각해보는 자세를 갖는 게 좋을 것 같다.
참고
1) 논란의 7만원짜리 안주, 이토랜드
2) 온라인 MD 이야기 19 가격은 철저한 심리학이다 /가격의 상대성, 아이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