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자라 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나와 기준이 다르다고 이상하게 보거나 멀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준이 상황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라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본인에게는 관대하지만, 남에게는 칼같이 예리한 잣대를 들이대는 친구라면 더 그렇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라는 속담이나, 요즘 흔히 쓰이는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이런 심리를 잘 가리킨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런 심리가 특정한 사람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모두가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성향이라는 점이다.
행동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사람들은 이런 원인 요소를 무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탓하는 오류를 범한다. 이를 ‘귀인 오류’라고 한다. (귀인 : …의 탓으로 보다) 귀인 이론을 체계화한 버나드 와이너에 따르면 귀인에는 ‘상황적 귀인’과 ‘기질적 귀인’이 있다고 한다. 행동의 원인으로 주변 환경을 탓하면 ‘상황적 귀인’이 되고, 타고난 성격 자체를 탓하면 ‘기질적 귀인’이 된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에 대해선 ‘상황적 귀인’을 하는 반면, 타인에 대해선 ‘기질적 귀인’을 하는 경향이 있다. 즉, 내가 잘못한 것은 ‘세상 탓’이고, 남이 잘못한 것은 ‘사람 탓’이라는 논리다. 이런 오류가 발전하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나오게 된다. 내가 하면 그럴 만 했고, 남이 하면 그러면 안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도 정작 본인을 선한 사람이라고 믿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착한 사람’이라는 자아상을 유지하기 위해 기억을 왜곡하기도 한다. 타인이 자신에게 잘못한 것은 디테일 하나하나 기억하면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악행은 잘 기억하지 못하면서 선행에 관해서는 귀신 같은 기억력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인간은 착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기억을 편집하고 왜곡한다.
누군가가 이런 성향을 보인다고 해도 그 사람이 위선적이고 치사한 사람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다. 누구나 보여줄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이다. 그래서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괜히 ‘남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하라’라는 교훈이 예로부터 많았던 게 아니다.
살면서 조금의 악행도 저지르지 않을 수는 없다. 거짓말의 경우 하루에도 평균 3번이나 한다. (하루에 200번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예 나쁜 일을 저지르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최소한 ‘내 눈의 들보’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자세를 갖도록 하자. 그렇게 ‘남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 되면 주변에 좋은 사람, 좋은 친구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
1) 하루빨리 손절해야하는 친구유형.jpg, 에펨코리아
2) 책 <감정독재>
3)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도덕적 자아상, ‘내로남불’의 심리학, 동아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