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10년차, 이제는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다

사회생활 10년 차. 이직 네 번, 사내 팀 이동 약 10회. 의도치 않게 해 본 쓰리 잡. 구직 활동하느라 보낸 시간을 빼면 일을 안 하고 온전히 쉰 게 10년 간 한 달이 채 안 된다. 나름 쉼 없이 달려온 인생이었다. 30대 중반이 된 지금 문득 나의 10년을 돌아본다. 성실히 일했고 열심히 돈을 벌었다. 변치 않는 두 가지가 있더라. 첫 번째, 월급은 통장을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것. 두 번째는 10년째 이놈의 일은 해도 해도 늘 쌓여 있다는 점이다.

 

일을 하면서 이런 경험을 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루 종일 바빴던 것 같은데 막상 끝낸 일은 하나도 없는 그런 날 말이다. 에너지만 쓰고 생산성 없는 하루를 보내고 나면 맥이 빠진다. 나는 여태껏 그런 하루를 정말 많이 보냈다. 사회생활 쪼렙일 때는 일머리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쳐도, n년차가 되면 그런 비효율적인 날들이 점차 줄어야 맞다. 그런데 여전히 매일매일 일 속에 파묻혀 허우적대는 느낌이 든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지친 몸으로 침대에 누웠지만 실제로 무엇을 이뤘는지 확신할 수 없는 밤은 이제 끝이다.’ <초생산성>에서 저자가 한 말이다. 저자 마이클 하얏트는 이 책에서 생산성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면서 자신이 알려주는 방법만 잘 이행한다면 단언컨대 적게 일하고 더 많이 이루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부터 <초생산성>에서 말하는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방법 네 가지를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1. 멈추고, 물어보자

 

“생산성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이렇게 정의한다. ‘생산성이란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옳은 일을 해내는 것이다.’ 생산성을 높여 같은 시간 내에 더 많은 일을 해낸다는 것은 더 많은 업무를 부여받는다는 의미이다. 일을 요청받으면 당장 행동에 옮겨 그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즉 어떻게 하면 일을 더 빨리, 더 쉽게, 더 싸게 할 수 있느냐를 물을 게 아니라, ‘내가 이 일을 꼭 해야 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자신이 일을 하는 이유를 먼저 깨닫지 못하면 자신이 일하는 방식을 제대로 평가할 수가 없다. 저자는 다시 한번 강조한다. ‘자, 이제 그만 멈추고 물어보자. 생산성을 높여서 무엇을 얻고자 하나? 생산성을 높이려는 까닭은 무엇인가?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 우리는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때라야 진정한 의미의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다. … 생산성이란 여러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추구할 자유를 주는 것이다.’

 

 

 

 

“어떤 영역에 있는가?”

 

위 그래프를 주의 깊게 살펴 보자. 4영역인 ‘고역 영역’은 열정도 없고 능숙하지도 않은 업무로 구성된 영역이다. 기본적으로 하고 싶지도 않고, 잘하지도 않는 일들을 말한다. 맡은 업무 중 가장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3영역 ‘무관심 영역’은 능숙도는 갖췄지만 열정은 없는 업무들이다. 타성에 젖어 일을 하는 것도 3영역의 특징이다. 2영역인 ‘산만 영역’은 열정은 지니고 있으나 별로 능숙하게 해낼 수 없는 일들에 해당된다. 1영역 ‘갈망 영역’은 열정과 능숙도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업무에서 가장 큰 공헌을 할 수도 있는 활동으로 구성된다.

 

갈망 영역 밖의 일들은 다른 사람에게 위임을 함으로써 주요 업무를 처리하는 데 들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네 영역에 따라 자신의 업무를 구분 지어 보고, 갈망 영역에 해당하는 일을 주로 많이 하되 다른 모든 일은 줄이도록 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 있는가?”

 

모든 일을 혼자 떠안을 필요는 없다. 무엇을 위임할지 결정하고 가장 적절한 사람을 선택해서, 업무 절차에 관해 설명하고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면 자신의 업무시간을 확보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일처리를 할 수 있다. 업무의 100%를 위임하기 힘들다면 위임 수준을 정해 일부 업무만 떼어 주는 것도 방법이다.

 

종종 자신이 직접 처리하는 편이 빠르고 수월하다는 생각에 휩싸여서 아무에게도 위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처음에는 그 방법이 쉽다. 하지만 과중한 업무가 지속되면 혼자 감당하기가 힘들어진다. 처음에는 위임하기 위한 세팅 시간이 길어서 혼자 해내는 게 시간을 단축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당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리더의 위치에 있거나 본인이 사수라면 팀원 또는 후배 양성에 있어서도 좋은 일이지 않은가. 팀워크는 혼자 모든 업무를 감당하고 처리할 때 생기지 않는다. 서로를 믿고 의지할 때 생기는 것이다.

 

2. 일 플러그를 뽑고, 잘 쉬자

 

쉴 때는 일 생각을 일절 하지 말자는 의미다. 잘 쉬는 방법에는 수면 관리, 균형 잡힌 식사, 놀이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일 플러그를 뽑기’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쉬면서도 일에 양다리를 걸친다. 몸은 가족과 함께 있지만 머릿속에는 오늘 못다 한 일을 생각하느라 가족들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얼마나 많았는가. 침대에 누워서도 일을 떠올린다. ‘이번 기획 어떻게 진행할지 팀장님께 말씀드려야 하는데…’ 머릿속으로 업무 보고 시뮬레이션을 하다 잠이 들면 꿈에서도 일을 하고 있다.

 

 

 

 

저자는 저녁, 주말, 휴가 기간 동안 일과의 연결을 끊을 수 있도록 네 가지 규칙을 둔다고 한다. 첫째,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둘째,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 셋째, 일 얘기를 하지 않는다. 넷째, 일에 관한 자료를 접하지 않는다.

 

쉴 때는 일 생각을 버려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노력해서 고쳐야 한다.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일에도, 가족과의 관계에도, 나의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3. 예스맨에서 벗어나자

 

수락과 거절은 생산성에 있어 가장 강력한 두 단어다. 여기서 알아둘 점은, 수락과 거절 이 두 단어가 트레이드오프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어떤 기회와 마주쳤을 때 그 기회를 수락함에 따라서 잃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무조건적인 예스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미 하고 있는 일이 많지만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는 경우가 잦다. 이럴 때에는 거절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무턱대고 ‘노’라고 거절한다면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몇 가지 팁을 활용해 재치 있게 거절해야 한다.

 

첫째는 타임 블로킹을 활용하는 것이다. 나의 업무 일정을 사전에 공유하고, 업무 요청이 들어오면 이미 다른 일이 있다고 말한다. 스케줄표가 나 대신 거절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나를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별하는 것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누군가 찾을 때마다 응하는 사람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에 초점을 맞추고, 동시에 다른 모든 사항이 본인 없이도 진척될 수 있게 시스템을 갖추는 사람이다.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되면 정중히 거절하는 것이 현명하다.

 

거절에 대한 죄책감이 들고, 다른 사람에게 일을 떠맡게 한 것 같아 찜찜한 마음이 든다면 앞서 말했던 트레이드오프를 생각하기 바란다. 하나를 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하나를 버려야만 한다.

 

4. 우선순위를 매기자

 

주간 빅3와 일간 빅3를 지정한다. 빅3란 우선순위 업무 세 가지를 꼽은 것이다. 빅3를 정할 때는 아이젠하워의 우선순위 매트릭스를 활용하면 좋다.

 

 

 

 

자신의 하루를 설계할 때 1사분면과 2사분면의 일을 우선시해야 하고, 3사분면의 일은 빠르게 처리해야 하며, 4사분면의 일은 과감히 모두 제거해야 한다. 저자 마이클 하얏트는 집중할 자유를 얻고 싶다면 자기 시간의 95%는 1사분면과 2사분면의 활동에 쓰겠다고 다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할 일 목록을 작성하면서 나에게 있어 이 일이 중요한 일인지, 긴급한 일인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그에 따른 대답을 우선순위 매트릭스에 적용하면 주간 빅3와 일간 빅3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글 제목에 나는 이렇게 썼다. ‘이제는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다’. 많이 벌고 싶다는 건 물론 돈도 포함돼 있다. 그렇지만 내가 정말 벌고 싶은 건 사실 ‘시간’이다. 일을 빨리 끝내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더 많이 어울릴 시간, 드라마에 푹 빠져 오롯이 즐길 시간, 일 외적으로 나를 나답게 만드는 시간 말이다. 이 소중한 시간들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확보하고, 누리고 싶다. 그러려면 먼저 일을 잘 끝마쳐 놓아야 한다.

 

 

 

 

일본 드라마 <저, 정시에 퇴근합니다>에서 히가시야마 유이는 저녁 6시 되기가 무섭게 퇴근을 한다. 6시 10분까지 도착하면 반값에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단골집에 가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맥주를 마시는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녀는 근무 시간 내에 일을 마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자기 몫을 제대로 해내고 즐기는 맥주 한 잔은 얼마나 꿀맛일까.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생산성의 의미를 되새기고 하루를 일과 개인의 행복으로 알차게 채워가는 즐거움을 맛보고 싶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더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삶을 사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생산성에 불을 지펴 줄 뭔가를 찾고 있다면 <초생산성>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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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마이클 하얏트, <초생산성>
썸네일 출처: 저, 정시에 퇴근합니다_일본 TBS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