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판사가 주차위반에 내린 판결

으레 법이라고 하면 딱딱한 분위기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법은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바탕으로 엄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통념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판사가 있습니다. 주인공은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의 프랭크 카프리오 판사입니다. 그는 종종 법을 넘어서는 인정 넘치는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판결이 오히려 더 공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고 있죠. 다음 판결도 그런 사례 중 하나였습니다.

 

 

 

 

 

 

 

 

 

노인은 자신이 주차위반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탓만 하기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했죠. 바로 재향군인 병원의 열악한 주차시설입니다. 만약 충분한 주차시설이 마련되어 있었다면 주차위반을 저지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노인은 법정에 출두할 필요가 없었겠죠. 물론 그런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을 어겼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아마 다른 판사였으면 그런 사정은 개의치 않고 벌금을 선고했을 겁니다. 그게 보통이니까요.

 

하지만 프랭크 판사는 다른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는 먼저 노인이 베트남 참전용사였다는 사실을 듣고 노인이 겪었을 고통에 먼저 공감했습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은 밀림을 제거하기 위해 고엽제를 사용했습니다. 이에 노출된 사람은 극심한 후유증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치료를 위해 병원에 방문한 참전용사에게 국가가 벌금을 물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결을 내리게 된 것이죠.

 

법은 엄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완벽하지 않다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세상이 변하면 법도 변해야 합니다. 또한, 상황과 맥락에 따라 적용이 달라질 필요도 있습니다. 그래서 법 조항이 잡아내지 못하는 미묘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판사라는 존재가 필요합니다. 프랭크 카프리오 판사는 그런 자신의 소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이 더 많아진다면, 사람들이 법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법을 신뢰하고 존경하는 마음도 커질 것이고, 자연스러운 권위가 세워질 겁니다. 이처럼 권위란 힘으로 누르고 윽박지르는 게 아니라 공감하고 배려하는 부드러운 마음에서 비롯되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 : 주차위반 혐의로 법정에 선 참전용사에게 내린 판결.jpg, 이토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