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에서 생각보다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게 바로 ‘우연’이다. 소설에서는 모든 일이 인과관계가 착착 맞아떨어진다. 그렇지 않고 우연을 남발하면 막장 드라마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현실은 그 막장 드라마보다 더 하다. 우연으로 인해 한 나라가 망하기도 하고, 우연 때문에 대박이 나기도 한다. 이렇게 거창한 스케일은 아니지만, 소소하면서도 신기한 우연 하나가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다.
카페에서 인강을 듣는데, 그 인강 강사를 만난다? 내가 겪었으면 약간 신비로운 기분이 들었을 것 같다. 화면에서 사람이 튀어나온 기분이랄까? (<링> 같은 분위기 아니야…) 생각해보면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저런 일도 있을 수 있겠다 싶다. 연예인 보는 게 신기한 일이라고 해도, 같은 동네에 살면 생각보다 자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운이라든가 우연이라는 게 다 이렇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럴 만한데, 정작 그 일을 마주했을 때는 놀랍고 신기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운이나 우연에 과대 해석, 예를 들면 운명 같은 걸 끼얹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이 우연이 화제가 된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카페에서 인강 보다가 인강 강사를 마주친 것은 우연이다. 그런데 그 인강 강사가 케이크를 사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인강 강사의 선택이다. 로또 당첨처럼 이미 결론이 정해진 우연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우연은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도 없다. 우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우연을 마주친 사람의 선택이다. 고작 케이크 하나에 불과했지만, 그 결과는 엄청난 화제로 돌아왔다. 광고로 이 정도 화제를 불러오려면 수억을 쏟아부어도 모자랄 것이다.
예상한 것보다 아주 조금 더 베푸는 것. 나는 이것이 우연을 기회로 만드는 방법이며, 동시에 감동을 만드는 비법이라고 생각한다. 길 가다 연예인을 만나는 일 정도야 누구나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연예인이 나에게 선물을 준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그 선물이 꼭 거창할 필요도 없다. 열쇠고리 정도만 받아도 정말 기쁠 것이다. 살다 보면 많은 우연을 마주치게 된다. 그때 상대방이 예상한 것보다 아주 조금만 더 베풀면, 그 효과는 베푼 것의 천 배, 만 배로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작은 선행을 여기저기 뿌리며 살면 좋다. 그것이 언젠가 운이라는 비를 맞으면 기회라는 싹으로 자랄 것이다. 그렇게 기회를 줍줍하는 사람을 두고 세상은 ‘인생 편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참고 : 스타벅스에서 인강듣는데 어떤 아줌마가 케이크 쏘고 감, 더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