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연기 본좌로 꼽히는 배우라면 보통 송강호, 최민식, 이병헌 3인방에 전도연, 황정민 등이 꼽힌다. 그런데 나는 이 리스트에 또 다른 배우를 추가하고 싶다. 바로 조승우다. 조승우는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뮤지컬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진짜 대단한 점은 어느 한 분야 모자라는 구석이 없다는 점이다. 영화에서도 최고의 연기를 펼치고, 드라마에 출연하면 역대급 명작을 뽑아내는 데다, 뮤지컬에서도 입소문이 퍼지는 노래 실력을 뽐낸다. 그렇게 뛰어드는 분야마다 장인급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조승우와 함께 작업한 감독과 배우들은 그를 가리켜 기꺼이 천재라고 부른다. 당연히 그를 향한 러브콜이 쏟아진다. <타짜>의 최동훈 감독이 아예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조승우를 염두에 두었다는 이야기는 워낙 유명하다. 그렇게 완성된 타짜는 청불 영화 최고 흥행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데 이 기록을 깨뜨린 작품이 또 조승우가 출연한 <내부자들>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 또한 조승우를 생각하며 우장훈 검사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무조건 섭외하겠다는 마음으로 조승우를 찾았는데, 조승우는 <내부자들> 시나리오를 3번이나 거절했다고 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조승우는 “막내 이모부가 검사 출신이라 이모부의 강직한 카리스마를 떠올리니 검사 역을 맡을 자신이 없었다.”라는 이유로 <내부자들>을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인터뷰에서 “솔직히 시나리오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조승우의 이러한 평가에 동의한다. <내부자들>은 완성도는 탄탄한 편이지만, 완성도 그 이상의 획기적인 이야기나 철학을 보여준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 정치와 언론의 썩어빠진 현실이 오버랩되면서 내재적 관점을 뛰어넘는 생명력을 갖게 되었고, 급기야 신드롬이라 불러도 좋을 호응을 끌어낸 작품이 되었다.
조승우가 이런 성공을 예상하고 영화에 출연한 것은 아닐 것이다. 본인이 밝혔다시피 조승우는 시나리오 단계의 <내부자들>을 낮게 본 쪽이었다. 하지만 작품에 임하는 자세는 철저했다. <내부자들>이 성공을 거둔 데에는 분명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세 주연 배우의 열연이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신스틸러 조우진까지) 맡기로 한 이상 완벽하게 해낸다는 조승우의 장인 정신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작품을 고를 줄 아는 여유와 고집이 있기에 다음에 조승우가 출연할 작품이 기다려진다. 그때도 조승우는 장인 수준의 완벽한 연기를 보여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조승우는 자세히 보면 볼수록 소름을 자아내는 배우다.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 쓰며 보는 이를 전율하게 만드는 그의 신들린 연기를 스크린에서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