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붕괴를 말하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대학 진학률을 자랑한다. 왜 그렇게 모두가 대학에 집착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핵심은 우리가 가진 자원이 사람밖에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부모 대부분은 본인의 자녀가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했고, 그 보증 수표가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과 경제적 성공은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었다. 보편적으로 무난한 삶을 살 수 있는 중산층으로 진입하려면 대기업 입사가 일종의 필요충분조건이었고 취업을 위한 1차 관문이 대학 졸업 조금 더 엄밀하게 말하면 중상위권 대학 졸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씩 예전과 다른 점이 발견되기 시작한다. 일단 시가총액 상위 10위 기업 중 몇몇 기업은 최근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것은 사실 역사적으로 우리가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바로 대학의 붕괴이다.

 

상식적인 대학의 중요 기능은 인재 양성일 것이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인재가 되기 위해 (예를 들면 그 핵심 과정인 전문가의 피드백을 받기 위해)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 취업을 위한 1차 관문이 대학 졸업이기 때문에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했다. 그래서 배움을 얻으면 학점이 기록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학점을 따기 위해 대학에서 버텼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으니 공부 열심히 한 사람은 여기서 광분할 필요 없다) 여기서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자. 왜 대학이 기업에 입사하기 위한 1차 관문이었을까? 똑같은 일을 해도 대기업에서 하면 중소기업에서 일했을 때보다 돈을 더 많이 받는다. 오히려 적게 해도 더 많이 받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모두가 대기업에 기를 쓰고 지원한다. 수요보다 인력 공급이 월등히 많았고 여기서 대학은 수능 성적과 학점으로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필터링해 주는 역할을 했다. 이게 핵심이다. 인재를 선발하는 수단이 아니라 적당히 괜찮은 사람을 뽑기 위해 필터링한 것이 대학의 순기능이었다. 이것과 동일한 맥락에 놓여 있는 시험이 바로 토익이다. 많은 사람들이 900점을 넘어도 영어 한 마디 못 하기 때문에 토익이 무의미하다고 하지만, 사실 토익은 영어 점수를 측정하기보다는 성실도와 학습 요령을 측정하는 보조적인 수단이자 누군가를 공식적으로 거절하기 위한 명분이었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많은 대기업이 채용을 하지 않거나 적게 하고 있다. 이건 단순히 경제 상황 때문이 아니다. 안타깝지만 지금 많은 대기업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인력이 필요 없다. 필요 없는 정도가 아니라 있는 인력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하는 경우가 더 많다. 우선 간단한 예로 많은 부분에서 자동화가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할 일을 로봇과 알고리즘이 대체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단위 인구당 가장 많은 로봇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다. 거기다 인공지능의 급진적인 발전으로 단순 반복되는 일자리는 우리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예전처럼 대규모로 공채를 할 필요가 없고 소규모의 경력직 채용을 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적당한 인원이 아니라 인재를 뽑고 싶어 한다. 그래서 추천과 심층 면접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교육 측면에서도 이미 훨씬 좋은 커리큘럼과 강연이 인터넷에 다 있다. 예전에는 영어를 잘해야 접근성이 있었는데 이제 한글 자막도 거의 다 붙고 있다. 10년 전 강의자료를 읊조리는 지루한 교수는 필요 없다. 그리고 프로그래밍 같은 특정 분야는 대학만큼 좋은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네이버나 카카오는 자체적으로 입사 전에 스터디를 시키고 있다. 특히 이런 분야는 예전에 대학이 우후죽순으로 했던 1차 필터링을 코딩테스트라는 정교한 방법으로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IT 대기업은 이제 입사 과정에서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 물어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객관식 답 고르기에 특화된 입시 기계가 아니라 진정한 실력자를 찾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대학은 붕괴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엄청난 패러다임 변화이다. 하지만 그 변화를 구체적으로 느끼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많은 기성세대가 요즘 친구들이 공시족이 되는 것을 걱정하는데 그것은 사실 그들의 잘못이기도 하다. 안정성과 칼퇴근은 사실 부차적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공무원은 정말 박봉이고 칼퇴근 못 하는 부서도 많다) 수능에 특화된 20년의 삶에서 아무 생각 없이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 실력을 제대로 쌓지 않은 사람이 가진 능력은 여전히 객관식에서 정답을 추측하는 능력이다. 공무원 시험은 데칼코마니처럼 수능 시스템과 닮았고, 또 준비할 수 있는 학원조차 최고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번 도전해 볼 만한 것이다. 그러니 제발 맥락적 사고를 통해 모든 것을 젊은 친구들의 탓으로 돌리지 말자.

 

이런 글을 쓰면서도 사실 많이 답답하다. 일단 명확한 정답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엄청난 변화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 명확한 팩트라는 점이다. 나는 IT Solution 회사를 운영한다. 최근에는 어떤 3팀이 하던 작업을 2팀이 할 수 있게 줄여줄 수 있는지 의뢰를 받았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작업을 착수했고 이 작업이 성공하면 또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나조차 패러다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열심히 하면 잘 될 것이라는 마음에 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세상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은 더 빠르게 도태될 것이다. 결국, 상황에 맞는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실천하는 방법만이 불확실성을 줄이는 일이다. 잔인한 이야기이고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는 힘들겠지만, 이런 빠른 변화에 적응한 사람들은 예전보다 경제적으로 더 큰 부와 사회적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런 말이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승자들에게 세상과 함께 더불어 살자고 꾸준히 설득할 것이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에 끝까지 꾸준히 노력하겠다. 그러니 진심으로 모두 파이팅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