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 수많은 이야기 중에는 출처를 알기 어려운 이야기도 많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는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최근에 한 커뮤니티에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한 뒤에 실력이 부족해서 다시 나왔다는 이야기가 관심을 받았다.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그런데 나는 이 이야기를 두 가지 관점에서 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이야기가 진짜일 경우이다. 만약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내 동생이었다면 나는 절대 회사를 그만두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세상살이가 힘든 이유는 노력을 죽을 정도로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다. “진입장벽”을 넘는 노력이 너무 힘들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은 사실상 하나의 허들을 넘는 것이다. 일단 들어갔으면 버터야 한다. 처음에 업무도 인간관계도 다 힘들겠지만, 실력이 있으면 다 적응하게 되어 있다. 허들을 넘는 것이 힘든데 단순히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많다고 대기업을 나오는 일은 바보 같은 선택이다. 일단은 버티면서 배우는 게 답이다.
하지만 나는 두 번째 관점에 확신이 있다. 이 이야기가 가짜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우선은 대기업에 다녀본 사람은 알겠지만, 우리나라에 어떤 대기업도 일을 그렇게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일단 우리나라 대기업은 소유주 체제로 돌아간다. 아무리 내가 열심히 해도 오너가 “No”를 외치면 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주도적일 수가 없다. 특히 내수 중심 기업은 더욱더 그렇다. 이 이야기는 내수 중심기업이어야 어느 정도 맥락이 맞는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아직 호봉제가 많기 때문에 딱히 주도적으로 일할 명분이 없다.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비합리적인 보고와 회의가 많은 것은 문제지만, 주도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타이밍은 드물다. 그리고 회사에서 주도적으로 하는 사람은 눈에 띈다. 에이스는 어느 회사나 몇 명밖에 없고 나머지는 따라가는 구조이다. 그렇지 않다고? 나는 기업 강연만 100군데를 넘겨 다녔다. 최근 한 기업에서 한 설문조사에서 내 상사가 유능해 보이냐는 질문에는 50%는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내가 상사가 되면 유능한 상사가 될 것 같은지에 대한 질문에도 60%가 ‘아니오’라고 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한 명을 스카우트해서 대박을 터트려 언론에도 나온다고 했는데 저건 사실상 소설 같다. 심지어 삼성 같은 회사에서 S급 인재를 스카우트해도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결국은 팀 단위로 해야 하고 이 친구의 논리대로라면 이 친구가 에이스였지만 대기업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다고 했으니 팀 자체가 무능력했다는 소리다. 전반적으로 이야기는 주작 타는 냄새가 크게 난다.
사실 이 이야기가 지어낸 것인지 아닌지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첫 번째 사실일 때 대처법과 그리고 두 번째 출처가 없는 이야기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덧. 심지어 출처가 있어도 진실이 아닐 수 있다.)
참고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한 뒤…>, 네이트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