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외모는 타고나는 것이라고들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누구는 못생기고 싶어서 못생기겠는가? 하지만 타고난 외모가 아니더라도 ‘좋은 얼굴’을 가질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얼굴’은 머리 크기라든가, 눈코입 달린 위치를 말하는 게 아니다. 자기 목표에 열심히 도전하는 사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충분히 이해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태도와 역량에서 오는 자신감이 자연스럽게 얼굴에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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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는 자신의 얼굴을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게 30대라고 봐도 좋다. 20대까지는 타고난 생김새가 인상을 좌우하지만, 30대부터는 그걸 넘어서는 태도가 인상을 좌우한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팝스타로 불리는 프랭크 시나트라도 이런 말을 남겼다. “고개를 들어라. 각도가 곧 태도다.” (원문은 Cock your hat으로 ‘모자를 세워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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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처럼 당당한 태도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결국은 실력이다. 내가 하는 일을 완벽히 이해하고,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실력이 있으면 어디에서도 꿇리지 않고 당당할 수 있다. 간혹 이런 모습을 보고 거만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거만함과 당당함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누군가는 거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그 당당함을 매력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물론 당당하면서도 겸손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런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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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당당한 30대의 얼굴을 보여준 사람으로 전지현을 꼽고 싶다. 그녀는 20대 시절 타고난 외모를 바탕으로 한 방에 스타덤에 올랐다. 아직도 전지현이 출연한 프린터 광고가 회자될 정도로 데뷔 당시의 충격은 엄청났다. 심지어 대한민국 로맨틱 코미디 최고의 캐릭터를 꼽으라면 독보적으로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이 뽑힌다. 타고난 20대 외모로부터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사람이 바로 전지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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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전지현도 슬럼프에 빠졌다. 아무리 찬란한 외모도 자주 보면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엽기적인 그녀>의 이미지를 답습할수록 대중의 관심은 차게 식었다. 게다가 연기력이 받쳐주지 않으니 이미지 변신을 시도해도 먹히지 않았다. 연이은 흥행 실패를 겪으면서, 결국 외모만 출중한 CF 스타에 머물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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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전지현이 부활의 날개를 펼친 작품이 바로 <도둑들>이었다. 전지현은 여기서 20대의 순진한 여자가 아니라 30대의 농염하면서도 줌마력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면서 변화한 모습을 선보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모습을 20대의 전지현보다 더 좋아하고 극찬했다. 특히 자연스러운 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당당함이 느껴졌다. 그녀의 직업은 배우이고, 배우의 본분은 연기를 잘하는 것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면 굳이 세 보이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법이다. 그렇게 30대의 전지현은 20대의 전지현보다 더 빛나는 인상을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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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실력에서 나오는 당당함에 더불어 꾸준한 자기 관리까지 더해지면 주변으로부터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자기 관리라는 게 꼭 비싼 돈을 들여서 미용 관리를 하라는 게 아니다. 좋은 식습관을 가지고, 꾸준한 운동을 병행하면 된다. 술/담배에 절어 사는 사람과 매일 운동하는 사람의 낯빛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30대의 외모는 20대와 다르다는 걸 명심하자. 30대의 외모는 타고나는 게 아니다. 만들어가는 것이다. (일단 나부터 반성한다 ㅠㅠ)
참고 : 책 <30대에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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