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상위 0.00000001%

지나침이 부족함보다 나쁠 때가 많다. 불필요한 관심이 그렇다. 불필요한 관심이 선을 넘어 남의 인생에 영향을 주려 하면 그것을 “꼰대 짓”이라 한다. 사실 꼰대의 가장 큰 문제는 메타인지가 낮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본인이 꼰대라는 것을 모른다. 제삼자가 보면 누가 봐도 꼰대인데 왜 본인만 모를까? 그것은 그들은 자신에게 좋은 게 타인에게도 좋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꼰대 상위 0.00000001%”라는 글이 올라왔고 사람들의 엄청난 이목을 집중시켰다. 내용은 한 지자체의 행정 수장이 자신의 보조관에서 새벽에 조깅을 함께 하자고 “강요”한 것이다. 여기서 권유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강요”에 방점을 찍으면서 표현한 이유는 원하지 않는데 강제로 시켰기 때문이다. 이것은 상당한 문제이다. 나이 때가 다르면 수면 호르몬이 멜라토닌이 나오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취침과 기상 시간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 행정 수장은 나이가 많아서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보좌관은 그렇지 않다. 거기다 집에 돌아가 육아나 집안일도 해야 한다면 아침에 조금이라도 더 자는 게 건강에 좋다.

 

그리고 다음에 장면은 더 가관이다. 자신은 집무실에서 잘 차려진 아침을 먹었다. 당연히 보좌관은 아침 먹을 시간도 여유도 없다. 그리고 뜬금포로 오후 업무시간에는 SNS에서 결혼 안 한 직원에게 공개 구혼을 해보라며 “강요”를 한다. 이 게시물의 베스트 댓글 반응도 하나같이 이것은 꼰대 그 이상의 행동이라고 말하고 있다.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꼰대 짓을 한 당사자는 자신이 좋은 일을 했다고 굳게 믿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똑같은 짓을 계속할 확률이 매우 높다. 사실 꼰대와 좋은 멘토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그 한 장은 바로 상대방의 의사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다. 도움이 필요로 할 때 도와주는 것만큼 좋은 일도 없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 데 어떤 조언을 주고 권유를 하는 것은 정말 가까운 사이에서도 조심해야 할 일이다. 하물며 딱히 가깝지도 않고 심지어 싫어하는 직장 상사가 계속 인생에 간섭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꼰대 짓이 아니라 심리 상담이 필요한 수준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꼰대에게 고통받는 모든 분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