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가치가 없다고 느껴질 때, 의미를 찾는 방법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페이오픈과 한국리서치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일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74%가 ‘보수를 받기 위한 수단’이라고 답했고 ‘일하는 자체가 좋다’라고 응답한 이유는 18%에 불과했다. 직업에 귀천을 없다라고 애기하기 위해서는 직장인 모두 자신의 하는 일이 일 자체로 가치를 느껴야 한다. 하지만 4명 중 3명에게는 일이라는 돈을 버는 수단일 뿐이며 당연히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은 귀하고 돈을 많이 받지 못한 직업은 천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직장을 옮기기란 여간 쉬운 게 아니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구조적으로 재취업이 쉽지 않는 상태일 뿐만 아니라 업무 환경 때문에 옮기는 것이라면 기업마다 큰 차이점이 없어 오히려 기존의 직장에서 쌓아 놓은 여러가지 장점들마저 잃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냥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수동적으로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을 통해 일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다.

 

잡 크래프팅이란 일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는 인식을 넘어서 업무만족도와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말한다.

 

 

이는 개인 자신이 아니라 회사 시스템이나 관리자들에 의해 변화가 만들어지는 잡 디자인(Job design)과는 다른 개념이다. 또한 잡 크래프팅은 현실이 어쩔 수 없으니 눈높이를 낮추어 만족하라는 것도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개인의 역량은 한계가 있지만 그 한계를 넘어 해결책을 고민하고 더 나아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업무의 영향력을 스스로 확대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잡 크래프팅은 펜실베이나 대학교 교수 저스틴 버그(Justin Berg), 미시건 대학교의 제인 두튼(Jane Dutton), 예일 대학교의 아미 교수(Amy Wrzesniewski)가 발전시킨 개념인데 잡 크래프팅에는 3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먼저 업무의 범위를 조정하는 것으로 자신의 권한 내에서 새로운 업역에 도전하는 것을 말한다. 장애인용 안구마우스 아이캔(eyecan)은 한 직원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 직원은 자신의 주업무가 아니었음에도 TEDx Samsung에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몇몇 직원이 자발적으로 동참이 이루어지졌다. 회사는 이 소식을 듣고 별도의 개발 시간과 사무실을 제공했다. 상업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개발자의 의견을 존중해 제작매뉴얼과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공개되었으며 제작 비용이 5만원에 불과해(기존 1000만원) 장애인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큰 역할을 하였다.

 

잡 크래프트의 두 번째 방식은 동료와 고객와의 관계를 재구축하는 것이다. 유투브에서 2014년 8월 현재 1400만 조회수에 근접한 ‘Pink Glove Dance’라는 동영상은 청소부뿐만 아니라 모든 근로자들이 공통의 비전을 품은 팀의 일원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동료에 대한 인식을 재구축함에 따라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도 다시금 바라 볼 수 있는 것이다. 헤어디자이너 경우는 단순히 머리를 손질해 주는 것을 넘어 고객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함에 따라 고객의 재방문을 높여 매장의 매출 신장에 기여를 할 수 있다. 고객과의 관계를 재정의하여 잡 크래프팅을 하는 것이다.

 

잡 크래프팅의 세번째 방식은 자신의 일 자체를 긍정적으로 재정의하는 것을 말한다. NASA의 경비원들은 자신의 하는 일이 단순히 국가 중요 시설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달나라로 가는 꿈을 실현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장의사의 경우도 죽은 시신을 수습한다는 의미를 초월해 슬픔에 빠진 고인의 친지와 친구들을 돕든다는 일의 재정의를 통해 잡 크래프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자조하기보다 자신의 업무의 범위를 적극적으로 확장시키고 동료와 고객과의 관계를 재구축하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재정의하는 잡 그래프팅은 이을 넘어 삶을 크래프팅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