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을 주도하는 나는 정말 좋은 친구일까?

 

연락은 자주 오지만 별로 만나기 싫은 친구들이 있다. 만나기 좋은 친구들과 비교해서 만나기 꺼려지는 이유를 곰곰이 고민하다 보면 한 세 가지 정도는 나오는 것 같다. 그냥 대화 코드가 맞지 않아서? 나랑 사는 세계가 너무 달라서? 혹은 가치관이 너무 달라서? 사람이 좋은데 이유 없고 싫은데 이유 없다고 한다. 특히 친구 관계에 있어 묘하게 어색한 친구들을 보면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긴 어렵다. 그냥 덜 친해서라고 생각하기엔 좀 어려운 사람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당신도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친구는 자꾸 만나자고 보채는 데 만나긴 싫어 요즘엔 바빠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한다. 그러면 뭔가 눈치 있게 친구가 알아서 떨어져 나갔으면 좋겠지만, 꼭 다시 한번 그럼 다음 달 언제는 어때? 라고 물어보는 친구가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더는 약속을 미루기 어렵다. 어쩔 수 없이 그날 친구를 만나러 나가면 즐겁지도 않고 빨리 집에 돌아가서 다른 일을 하고 싶다. 하지만 친구는 별로 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누우니 돈과 시간을 둘 다 날렸다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짜증이 난다. 그렇다고 친구한테 싫은 소리는 하기 싫을 뿐만 아니라 어렵다.

 

저 상황의 친구가 나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나는 좋은 의도로 보자고 이야기했었지만 상대방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는 반가웠지만, 상대방은 전혀 반갑지 않은 상황. 어떻게 보면 되게 슬프다. 사실 이 상황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의도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했지만, 상대방이 그것을 배려라고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 이 부분을 해결하는 일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인터넷상에서 이런 글을 보면 혹시 나의 이야기가 아닐까 고민이 들 때가 있다. 나 역시 꽤 많은 친구들과의 모임을 유지 중이고 모임에 참석률이 낮은 친구들은 들들 볶아서라도 1년에 한 번은 모임에 나오게 만든다. 오죽하면 내가 항상 밀었던 슬로건이 ‘1년에 한 번은 보자’였다.

 

 

얼마 전에 읽은 글 중 다른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그 사람과 모든 걸 함께 하겠다는 것과 다르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상대방과 내가 자라온 삶이 다르기에 사이에는 꼭 여유가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겠다는 마음은 물론 좋은 마음이었겠지만, 상대방이 그 마음에 대해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여유가 있어야 한다. 상대방과 나 둘 사이 여유가 있어야만 즐거운 모임이 될 것인데, 어쩌면 나는 이 부분을 놓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과 내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여유를 갖는 것. 여기에 추가적으로 누군가를 만나 모임을 주도할 때는 작은 배려를 포함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허심탄회하고 그냥 마냥 웃으며 즐거운 술자리도 좋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 친구가 좋아할 만한 이야기들, 혹은 그 친구가 생각하고 있는 미래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을 미리 생각해두고 그것을 말해줄 수 있음 어떨까? 모두가 나를 만났을 때 기분이 좋아지고, 집에 돌아갈 때 ‘아 어색할 줄 알았는데 만나길 잘했다’라는 마음을 느끼게 되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출처: 네이트 판 <별로 만나기 싫은 친구 연락>

 

– 홍경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