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부터 늙기 시작하는가?

 

어느 누구도 생물학적 노화를 막을 방법은 없다. 서글픈 현실이지만 더 비참한 현실이 있다. 바로 정신의 노화이다. 20살이어도 정신적으로 노인이 있고, 80살이어도 마음은 청년인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정서적으로 늙기 시작할까?

 

1. 꿈이 후회로 변할 때

 

어렸을 적에는 누구나 꿈이 많다. 그만큼 자신의 한계를 정하지 않고 가능성을 활짝 열어 둔다. 세월이 흘러가면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꿈은 현실적으로 변한다. 가능해 보이는 것으로 그 선택지를 좁힌다. 나이가 더 들면 어떤 꿈은 좌절되고 어떤 꿈은 너무 멀리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시들어버리기도 한다. 그때부터 우리는 늙기 시작한다. 누가 말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꿈꾸는 자는 늙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명언 중의 명언이다. 꿈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어떤 소박한 꿈이라도 마음속에서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다림이 싹트고 있다면 충분히 좋은 꿈이다. 진짜 꿈이 있는 사람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즐겁다. 그 과정이 바로 인생이다. 그래서 아무리 현실이 팍팍하고 힘들어도 절대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 바로 꿈이다.

 

2. 미래보다 과거를 더 많이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꼰대를 보면 싫어하지만 나는 사실 측은한 마음이 더 크다. 그들은 자신의 꿈이 없기 때문에 인생의 지향점이 없다. 그래서 타인의 인생에 간섭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내가 옛날에는 말이야.”이다. 꿈의 가장 대표적인 속성 중의 하나는 아직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막상 꿈을 이루면 행복감만큼 허무함도 밀려오기 마련이다. 꿈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꿈이 있는 사람은 미래에 자신의 정체성이 있다. 그래서 과거보다는 당연히 미래를 더 많이 이야기한다. 나는 딱 기대수명의 절반 정도를 살았지만, 오히려 20대 때보다 지금이 정신적으로 젊은 것 같다. 예전에는 딱히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어떤 미래가 올지 궁금해서 심할 때는 잠이 안 올 정도로 설렌 적도 있다. 특히 요즘은 개인적인 꿈보다 내가 속한 공동체가 성장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스케일이 많이 커졌다. 그만큼 기대감도 크고 내 현재 나이나 과거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어떻게 꿈을 이룰지 매일 고민하고 실천한다. 그렇게 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그 많은 에너지는 다 어디서 나오나요?”이다. 20살에도 못 들었던 얘기를 약 20년이 지난 시점에 듣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꿈을 꾸는 사람은 절대 쉽게 늙지 않는다.

 

3. 가진 것에 집착할 때

 

인생에서 내가 나이가 들었다고 처음 생각한 순간은 아빠가 되었을 때이다. 30대 초반이라서 여전히 젊은 나이였지만,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감을 느끼면서 정서적으로 조금 더 성숙해졌던 것 같다. 집착은 부정적 표현이지만, 나는 내 가족을 절대 포기할 수 없고 그 어떤 것으로부터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일종의 생물학적 연결과 사랑으로 이어진 긍정적 집착이다. 그래서 부모가 되면 흔히 ‘어른’이 된다고 표현한다. 우리는 자신이 가진 무언가에 집착하면서 이렇게 조금씩 나이가 들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은 정신적 노화라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이다. 정말 정신적으로 늙는 경우는 자신이 가진 ‘경험’ 같은 것에 집착할 때다. 그것은 앞으로 자신이 만들어낸 과거의 영광을 다시 재현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결국 내가 가진 것의 속성이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가만히 정체되어 있다면 상대적으로 도태되어 늙어가게 된다. 당연히 우리 모두의 인생은 소중하다. 하지만 딱히 소중하지 않은 것에 정신이 매몰되고 그것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우리는 늙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