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80세? 90세? 아니면 기술의 발전으로 불로장생할 것 같은가? 나는 50대 이후의 삶을 그려본 적이 없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가족 두 분이 50대에 생을 마감하셨기 때문이다(한 명은 아버지이고, 한 명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처럼 챙겨주신 이모부다).

 

여전히 애통한 감정을 느낄 때가 많다. ‘조금만 더 오래 사셨더라면 함께 여행을 많이 다녔을 텐데.’,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을 텐데.’, ‘조금 더 효도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80, 90대까지 정정하게 사시는 분들이 많던데 우리 가족들만 왜 그렇게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걸까? 오래오래 살다가 ‘좋은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도 많던데 왜 우리 가족만 ‘안타까운 죽음’, ‘나쁜 죽음’을 맞이한 걸까? 남들처럼 오래 살았더라면 조금은 덜 슬펐을 텐데. 나 또한 나이 든 내 모습을 그릴 수 있었을 텐데.

 

 

[‘좋은 죽음’에 대해 착각하고 있는 우리들]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죽음을 나이에 결부시켜 말한다. 그런데 사람마다 규정하는 나이가 다 다르다. 과연 몇 살을 죽기 적당한 때라고 말할 수 있을까? 흔히 장수하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불행한 상태로 오래 산 사람도 봤고 상당히 짧지만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산 사람도 알고 있다. 삶의 질은 삶의 기간에 달려 있지 않다. 직접 살아보기 전까진 뭐가 좋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
책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中

 

“삶의 질은 삶의 기간에 달려 있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미국의 작가이자, 간호사이자, 임종 지도사인 샐리 티스데일이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수많은 죽음을 경험하고 관찰했다. 가족의 죽음뿐만 아니라 친구와 스승의 죽음, 그리고 자신이 돌보던 환자들의 죽음까지. 살아있는 사람과 죽어가는 사람, 그리고 죽은 사람들을 매일매일 만난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 한 권을 냈다.

 

 

그녀는 자신의 책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를 통해 우리 자신의 죽음은 물론,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준비시키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어떤 책보다도 죽음을 이해하기 쉽고 직접적이게 설명한다. 죽기 전에 일어나는 일, 죽기 전에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일, 죽음을 앞둔 사람과 그의 가족들에게 해야 할 말과 해서는 안 되는 말, 시신을 처리하는 방법, 애도를 표하는 방법 등을 말이다. 그리고, 내가 오랜 시간 동안 가슴에 담아두었던 ‘좋은 죽음’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좋은 죽음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임종을 앞둔 할아버지가 식구들에게 둘러싸인 채 한 사람씩 호명하며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모습을 떠올린다. (중략) 하지만 그런 죽음은 흔치 않다.
책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中

 

그녀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죽음’은 흔히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삶의 질은 삶의 기간에 달려있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수많은 죽음을 관찰한 결과, 많은 이들이 아버지와 이모부처럼 젊은 나이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것은 불행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것도 아니며 남은 가족들이 죄책감을 가질 일도 아니다. 그것은 그저 ‘보통의 죽음’인 것이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비통한 감정은 내려놓고 ‘죽음’, 그 자체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좋은 죽음’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으며 아버지와 이모부의 죽음이 나쁜 죽음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죽음은 그저 죽음인 거니까. 시기가 언제든, 이유가 어찌됐든 모두가 겪는 것이니까).

 

 

[이젠 편히 쉬세요. 행복하셔야 해요.]

 

사람들은 흔히 자기 몸을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상태에서 조용히 떠나는 걸 상상한다. 흠, 그야말로 상상이다. 소위 좋은 죽음에 대한 이상이 우리를 옥죄고 있다. 죽음은 성공이냐 실패냐의 문제도 아니고, 성취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 삶과 죽음은 소유물이 아니다. 죽음이 특정 방식을 띠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와 다를 땐 나쁘다고 판단할 것인가?
책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中

 

“이제는 편히 쉬세요. 행복하셔야 해요.”

 

아버지를 떠올리며 이 말을 꺼내보았다. 가족들을 위해 당신 먹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것을 아끼던 아버지. 그래서 더 죄책감을 가지고 살았던 나는 처음으로 아버지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해보았다. 80, 90살까지 살았던 사람들과 아버지를 비교하던 습관, 그래서 나를 비참하게 만들던 행동 또한 멈춰보았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우리 가족들에게 이 책을 꼭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애통함과 죄책감은 내려놓고, 조금 더 좋은 마음으로 아버지와 이모부를 기억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되면 살아있는 우리의 삶을 한 번쯤 더 돌아볼 수 있을 테니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면, 곧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혹은 그런 지인이 주변에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그러면 더 잘 준비된 상태에서, 더 좋은 마음으로, 서로를 위한 방법으로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남아 있는 우리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게 될 테니까 말이다.

 

책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이 책은 나와 당신을 위로하는 책이며 죽음과 삶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책이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잘못된 편견, 환상을 파헤치고 죽음과 현재의 삶을 제대로 준비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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