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와서 밥상 보니까 열받는다(?)”

처음 인터넷을 개발했던 사람들은 지금처럼 발전된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뭐, 인터넷으로 쇼핑도 하고, 화상 통화도 하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친구도 맺고… 이런 거야 공상과학 소설에 등장하기도 했었으니 어느 정도는 예상했을 거라고 본다. 그래도 이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바로 가짜 뉴스, 혐오 자료가 판을 치는 현실이다. 이렇게 심각하진 않더라도 전반적인 분위기가 부정적인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오늘 산 옷 어때요?’라는 글이 올라오면, 누가 봐도 예쁜 옷을 이러쿵저러쿵 깎아내리는 댓글이 잔뜩 달린다. (입고 있는 사람이 예쁘고 잘생기면 더 심한 것 같다) 특히 잘 나가는 연예인 기사를 보면 정말 심하다. 오죽하면 연예인 대세 판별 기준이 기사에 달린 악플 숫자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그러면 인터넷에서 제대로 된 반응이나 답변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이나 글을 곧이곧대로 올리면, 부정적인 반응만 달리거나, 심지어 아무런 주목도 못 받고 글이 묻히기도 한다. 그래서 반응을 끌어내려면 글을 조금 꼬와야 한다. 어떻게? 다음 글을 보면 그 방법을 알 수 있다.

 

 

 

본문은 ‘밥상이 겨우 이거’라면서 불만을 터뜨렸지만, 사실은 밥상이 어떤지 물어보는 글이었다. 만약 보통의 인터넷 게시물, 예를 들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 올라가는 게시물처럼 올라왔으면 어땠을까? 다른 화려한 음식 사진과 비교하면 볼품없다는 소리를 듣거나, 아니면 아예 아무런 관심도 얻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글쓴이는 부정적인 분위기로 내용을 한 번 꼬았고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놀라운 것은 사람들의 반응인데, 속았다는 걸 알면서도 진지하게 화를 내는 사람이 없었다. 첫 댓글의 중요성도 있겠지만, 의도가 악의적이지 않아서 그런 듯하다. (이런 걸 두고 선을 잘 탄다고 한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렇게 한 번 꼬아야 잘 반응하는 걸까? 두 가지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심리학적 이유다. 사람은 원래 부정적인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원시 시대에는 그런 사고방식이 생존에 훨씬 유리했다. 언제나 최악을 고려하고, 나쁜 것을 눈여겨봐야 했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에 부정적인 반응이 가득해도 ‘사람들이 못 돼 먹어서’ 그렇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냥 원래 사람은 그런 거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긍정적 시각이 가져오는 선순환 효과가 매우 크다. 그러니 할 수 있다면 의식적으로 긍정성을 키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음은 마케팅적인 이유다. 평범한 글은 재미가 없다. 논란의 여지가 있거나, 기가 막힌 사연이 있어야 재밌다. 하지만 우리 삶은 평범하고 그런 재미를 매일 찾아내기는 어렵다. 그런데 그 똑같은 일상도 재밌게 풀어내는 사람이 있다. 위 게시물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사연을 더 주목받을 수 있도록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글로 변형한 것이다. 물론 그게 너무 심하면 역효과가 난다. 그래서 최소한 어그로는 끌더라도 본래 의도는 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어그로를 끌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 중심에 고객과 사회를 위한 선한 의도가 들어있으면, 사람들은 어그로에 매우 관대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 선을 잘 탈 줄 아는 게 마케팅 실력인 셈이다.

 

참고 : (진지) 퇴근하고 와서 밥상 보니까 열받는다., 웃긴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