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기업은 인재를 원한다. 그렇지만 정작 인재와 함께 할 좋은 조직문화를 가진 회사는 안타깝게도 극히 드물다. 사실 기업은 인재를 정확히 구별할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경력이 길면 인재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틀린 생각이다. 특히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면 한 호봉이 저절로 올라가는 대한민국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기업이 바라는 최고의 인재”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본문에는 포켓몬 만화의 주인공인 한지우 사진과 함께 “22년 경력의 10살 신입”이라는 냉소적인 문장이 적혀있었다. 그만큼 요즘 신입사원 채용이 없고 경력사원만 뽑는 세태가 반영된 것 같다.
예전과 달리 취업이 정말 어려워진 시대이다. 특히 대기업 신입사원 공채가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경력직만 뽑으면 도대체 신입은 어떻게 회사에 들어갈 수 있냐며 신규 취업자가 하소연할 만하다. 이 상황에서 구직자와 구인자 모두 윈윈하려면 양쪽 모두 현실을 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일단 경력이 길다고 실력이 좋은 게 절대 아니다. 만약 관리직으로 넘어갔다면 실무에서 오래 떨어져 있어서 막상 일을 제대로 못 할 확률이 높다. 게다가 소위 말하는 ‘짬’ 대우를 받으려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조직에 해로울 수도 있다. 그래서 회사는 경력이 아닌 실력을 테스트해서 뽑아야 한다. 절대 이력서에 나온 경력만 믿으면 안 된다.
그리고 신규 취업자들은 경력직만 뽑는다고 불만이 많은데, 막상 내가 삼성에서 근무할 때 뽑힌 신입사원 중에는 기초적인 전공 지식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실험 수업 같은 것을 회피해서 전공 지식은 있지만, 실무를 전혀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사실 실험 수업이 시수는 적고 시간이 많이 들어가니까 안 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반드시 해야 하는 수업이고 대학교나 직업학교도 실습수업 커리큘럼을 훨씬 강화해야 한다.
지금 우리 회사 팀장님은 가장 연차가 높은 분이 아니다. 실력이 있기 때문에 내가 팀장 직급으로 올린 케이스다. 우리 회사는 경력직이든 신입이든 똑같은 연봉으로 시작하고 실력이 증명되면 매우 가파르게 연봉이 상승한다. 경력이 있든 없든 전혀 상관없다. 오로지 실력만 본다. 실제로 지금 우리 이사님은 연봉 3,000만 원으로 시작했지만, 3년 만에 세전 연봉이 8,000만 원에 육박하고 있다. 팀장님도 파트 타임으로 1,400만 원 정도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2년 만에 풀타임으로 세전 연봉이 거의 5,000만 원이 다 되었다.
이렇게 시간이 아닌 실력으로 기준을 잡으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 그러니 회사도 구직자도 경력이라는 단어에 호도되지 말고 실력이라는 단어에 더 집중하여,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회사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참고 <22년 경력의 10살 신입.jpg>, 에펨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