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시간의 법칙’은 말콤 글래드웰이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명명한 말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에릭슨 교수의 연구 결과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지만, 문제는 ‘1만 시간을 노력하기만 하면 대가가 될 수 있다’라는 뉘앙스를 풍겼다는 데에 있다.
에릭슨은 1만 시간의 법칙은 몇 가지 오해가 있다고 말한다. 먼저 전문가나 대가가 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고 노력 없이 전문가가 되는 경우는 없다고 단언하지만, 그 시간은 분야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 연주자를 보자. 에릭슨은 베를린 예술 종합학교의 바이올린 전공자를 심층 조사했는데, 그중 성적이 뛰어난 최우수 그룹은 약 10년 동안 7천 시간 이상을 홀로 열심히 연습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이 그룹이 과연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가? 아니다. 겨우 학생일 뿐이다. 이 학생들이 전문가로 대접받으려면 앞으로 1만 시간이 더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매우 짧은 시간에 대가가 될 수도 있다.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를 쓴 조슈아 포어는 단 1년 만에 전미기억력 대회에서 챔피언이 되었다. 그가 1년 동안 노력한 시간은 2천 시간도 되지 않는다.
물론 말콤 글래드웰이 억울한 측면도 있다. 책의 전체적인 맥락은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으로 대표되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데 그 노력은 스스로 한 결정 가능성 못지않게 환경의 힘도 크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가난한 집에 태어나 본인이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면 어떻게 많은 시간을 공부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런 맥락은 무시된 채 1만 시간의 법칙은 ‘특정 분야에서 1만 시간만 보내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석되어 버린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에 대해 해명했지만, 솔직히 책에서 그런 뉘앙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에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
아무튼, 어떤 분야든 전문가나 대가가 되기 위해서 ‘충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노력하는 총 시간은 정해진 바가 없다.
여기에 에릭슨은 한 가지를 더 이야기한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많이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만약 제대로 된 방법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노력은 우리를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릭슨은 제대로 노력하는 방법을 ‘의식적인 연습’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의식적인 연습은 노력하는 양만큼이나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