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신인 마르스(Mars)의 지위를 빼앗아 로마인들에게 ‘전쟁의 여신’으 로 추앙을 받았던 미네르바(Minerva)는 원래 ‘지혜의 여신’이었다. 그리스 신화의 아테나(Athena) 여신에 해당된다. 그런 그녀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신조(神鳥)가 있었는데 그 새가 부엉이다. 그래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지혜를 상징한다.
철학자 헤겔(Hegel)은 『법철학강요』(Grundlinien der Philosophie des Rechts) 서문에 다음과 같은 유명한 경구를 남겼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날개를 편다.”
헤겔은 역사의 본질과 의미는 오직 그 시대가 완성된 다음에야 알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세계에 대한 사상이자 지혜인 철학은 현실이 그 형성 과정을 완료하여 자기를 완성한 뒤에야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는 것이다. 즉 미네르바의 부엉이(철학)는 황혼이 저물어야(그 시대가 완성되어야) 그 날개를 펴는 것이다(역사에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는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꼭 날아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그 원인을 알고 싶어한다. 인간은 어떤 결과에 대한 원인을 찾지 못하면 불안해 한다. 그래서 원인 모를 일은 불가사의가 되고, 이로 인해 우리는 긍정적으로는 ‘경외’에 기대게 되거나 부정적으로는 ‘공포’에 빠진다. 내가 그 원인을 직접 찾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말이 되게 설명해 주기를 바란다. 이런 본능 때문에 우리는 현재(결과)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원인)를 억지스럽게 해석하려 한다. 그런데 현재의 새로운 정보를 토대로 과거를 해석해 보니 그럴듯하게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우리는 ‘무지’ 상태에 있었던 과거를 잊고, 당시 가지고 있었던 자신의 지식과 기억을 과대평가하게 된다. 그리고 거들먹거리며 이렇게 말한다.
“내 그럴 줄 알았지!”
카네기멜론대학교의 바루치 피쇼프(Baruch Fischhoff) 교수는 사람들이 이후에 얻은 정보 때문에 사건 당시 자신의 지식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사후 해석 편향’(hindsight bias)이라고 정의했다.
이번 금융위기가 끝나고 나서도 많은 이들이 “내 그럴 줄 알았다”며 자기는 이런 결과가 올 줄 예측했다고 한다.
물론 당신은 예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사후 해석 편향은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것이므로 매 순간마다 의식하지 않고 훈련하지 않으면 극복하기 어렵다.
이혼한 친구, 대학에 떨어진 조카, 실패 한 프로젝트, 국회의원 선거결과, 경제위기 등 아마도 수없이 많은 일들 에대해 “내 그럴 줄 알았지!”라고 말한 자신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내 그럴 줄 알았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든지 말이다.
우리는 두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첫 번째는 어떤 결과에 대한 원인을 규명할 때는 과거에 우리의 지식이 어떠했는지를 냉철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억지로 꿰어 맞추는 식은 안 된다. 두 번째는 과거를 잘 설명할 수 있다고 해서 미래까지 잘 예견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역사는 미래에 교훈이 되지만 미래의 예언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내 그럴 줄 알았지!”
그동안 사후 해석 편향에 매몰되어 스스로를 과신하고 있었는지 점검해보자.당신이 달라진다면, 다른 이가 함부로 당신의 삶과 일에 대해 “내 그럴 줄 알았지!”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