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는 글을 쓰는 6가지 방법

 

대부분의 대형 서점은 이 책을 마케팅이나 자기계발 서적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책은 마케팅보다는 글쓰기 교재에 더 어울린다. 아니, 글쓰기 경전 수준이다.

 

‘어째서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은 10분 만에 잊히지만, 빨간 마스크 같은 도시 괴담은 수십 년이 지나도록 이어지는 걸까?’

 

그 원리를 파악할 수 있다면 다음 질문에 대한 답도 얻을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쓴 글이 사람들의 뇌리에 착! 달라붙어서 널리 퍼져나갈 수 있을까?’

 

칩 히스와 댄 히스 형제가 지은 <스틱!>이 제시하는 방법은 6가지이다.

 

1. 단순성(Simplicity)
2. 의외성(Unexpectedness)
3. 구체성(Concreteness)
4. 신뢰성(Credibility)
5. 감성(Emotion)
6. 스토리(Story)

 

이렇게 다 합치면 SUCCESS가 된다고 한다. 지금부터 이것들이 어떻게 글쓰기에 적용될 수 있을지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자.

 

 

1. 단순성 : 석탄을 그냥 뭉치면 연탄이 되지만, 응축하면 다이아몬드가 된다.

 

나는 항상 간결한 문장을 써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다 문장의 다양한 가능성에 주목하는 사람들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유려한 만연체가 틀렸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나름의 멋과 맛이 있는 데다, 제대로 구사하기도 어려운, 진정한 글잘잘의 문체다. 그래서 만연체를 멀리하라고 했다. 실력도 없으면서 겉멋만 들어 어설프게 흉내 내다가는 코딱지만 한 글빨마저 망가지기에 십상이니까. 게다가 문장이 복잡해지면 읽기도 어렵고, 그에 따라 전달력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나는 간결함이 메시지를 퍼뜨리는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스틱!>은 간결함이 전부가 아니라고 한다. 아무리 간결하더라도 아무 의미가 없다면 그것은 뇌리에 남지 못한다. 그래서 단순함이란 간결함에 더해 핵심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함 = 핵심 + 간결함’

 

이런 부류의 메시지 중에 대표적인 것이 속담이다. 속담은 ‘긴 경험(핵심)에서 우러나온 짧은 문장(간결함)’이다. 간결함은 전파력을 늘려주고, 핵심은 뇌리에서 떠나지 않도록 만든다. 그렇게 속담은 수천 년을 이어올 수 있었다.

 

이제 나는 간결함이 만능이라 생각지 않는다. 아무리 복잡한 만연체라도 핵심을 간결하게 함축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성을 포함한 셈이다. (물론 그런 글은 거의 없다…)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핵심으로 압축해야 한다. 아무리 재를 털어내봤자 연탄이 다이아몬드가 되진 않는다. 고온, 고압에서 응축해야 다이아몬드가 된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우선 핵심을 찾아라. 그다음에 비유, 상징, 대조, 대비, 반복 등등 어떤 기발한 방법을 써서라도 간결하게 함축하라. 그 결과는 강하고 아름다울 것이다.

 

[핵심을 간결하게 함축하라!]

 

 

2. 의외성 : 뭔가 물컹한 게 밟히면 당신은 고개를 숙여야 한다.

 

유명해지면 길거리에서 대변을 눠도 박수를 받는다고 한다. 아니, 어쩌면 대변을 눠야 유명해지는 걸지도 모른다. 어쨌든 유명한 건 편리하다. 아무리 좋은 글을 써봤자 사람들이 읽어주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유명하면 그럴 걱정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유명하지 않다. 그럼 어떻게 관심을 끌 수 있을까?

 

핵심은 패턴을 파괴하는 것이다. 당신이 길을 걷는데 뭔가 물컹한 게 밟히면 고개를 숙이고 땅을 바라보게 된다. 평소처럼 평탄한 바닥이었다면 쳐다볼 일은 없었다. 여기서 발에 밟힌 게 커다란 쿠션이었다면 별다른 흥미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신발보다 작은 물건이라면, 당신은 걸음을 멈추고 발을 치켜들게 된다. 그런데 바닥에 아무것도 없다면? 이번에는 발을 뒤집어 까 발바닥을 살피게 된다.

 

이것이 관심을 끄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이다. 놀라움을 선사하되, 절대 한 번에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미스터리 소설의 작법이자, 밀당의 기본 전술이다. 한 마디로 좋은 글은 사람을 끌리게 하는 글이다. 한꺼번에 다 보여주면 매력 없다. 조금씩 아슬아슬하게 보여줘야 한다. 그렇다.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체라 일컬어지는 토성의 고리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태양계에 토성의 고리에 비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고리는 도대체 무엇으로 이루어진 걸까? 서로 다른 국적을 지닌 세 개의 과학자 집단은 완전히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교과서가 이렇게 쓰였다면 나는 화학 대신에 지구 과학을 선택했으리라. 이 문장은 토성의 고리라는 과학적 사실을 설명하면서도 끊임없이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정말 야시시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의외성을 글쓰기에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까? 나는 서두에 클라이맥스를 제시하라고 말하고 싶다. 가장 충격적이고, 가장 의외성 높으며, 사람들이 돌아볼 수밖에 없는 이야기로 시작하라. 그리고는 헨젤과 그레텔처럼 진실의 빵조각을 조금씩 조금씩 뜯어주면 된다. 독자들이 새때처럼 몰려와 따르게 될 것이다.

 

이런 화법을 제일 잘 구사하는 게 바로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다. 하지만 이 방송을 좋은 텍스트라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왜 그럴까? 알맹이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꼬시기만 하고 알맹이가 없으면 돌아오는 건 어그로 취급이다. 그나마 공중파라 검열을 받다 보니 사기꾼 수준까지 떨어지진 않았지만, 다른 얘기들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알찬 내용을 담고 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프라이즈>에서 헬렌 켈러의 스승 앤 설리번의 일화를 방송했을 때는 해당 내용이 캡처되어 많은 커뮤니티를 돌아다녔다.

 

여기서도 핵심이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뭔가 물컹한 걸 밟았는데 그게 개똥이면 튀어나오는 건 욕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짓이야?’라고 말을 걸어오면, 그건 무한한 가능성이 된다.

 

[놀래고, 궁금하게 만든 뒤, 만족스러운 결론을 보여줘라!]

 

 

3. 구체성, 4. 신뢰성 : 생생함 효과

 

“당신은 새 차를 사기로 했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안전이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 각종 충돌 테스트와 내구성 테스트 pdf를 받아놓았다. 미간에 잔뜩 주름을 세우고 복잡한 문서를 읽으며 다양한 차종을 비교했다. 그리고 차를 사기로 한 날, 당신은 전날 장인어른이 적극 추천하는 자동차를 선택하게 된다.”

 

왜 유수의 연구소가 발표한 자료보다 장인어른의 한 마디를 더 신뢰하는 걸까? 그것은 장인어른의 발언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A 차는 100톤의 충격에도 운전자의 경추 손상이 미미했다.”

 

이런 글을 읽어봤자 얼마나 튼튼한지 감이 오지 않지만,

 

“아 글쎄, 완득이네 삼촌이 A 타고 트럭이랑 박았는데 사지 멀쩡하게 걸어나왔다잖냐.”

 

이런 말을 들으면 느낌이 확 오게 마련이다.

 

사람들의 느낌을 확 끌어당기고 싶다면 추상적인 말을 피해야 한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말을 써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가장 간단한 방법은 구구절절 표현하는 것이다. 보통 이런 방식이 상대방을 지루하게 만들 거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추상적인 요약보다 구체적인 구절구절이 더 이해하기 쉽고, 따라서 덜 지루하다. 하지만 이것은 세련되지 않았다. 그래도 글쓰기에는 해법이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것은 바로 감각적인 표현을 쓰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감각적이라는 말이 꽤 오남용되었다고 생각한다. 섹시한 여가수를 보며 감각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던데, 무슨 종류의 감각을 자극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감각적이라는 건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자극한다는 말이다. 당신의 눈앞에, 귀 앞에, 코앞에, 혀 위에, 손끝에 무언가 저릿하게 다가오게 만드는 게 감각적인 것이다.

 

그럼 어떻게 감각을 자극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비유다. 똑같이 시각을 자극하는 문장이라도 비유를 더하면 생생하게 살아난다.

 

‘그녀의 입술은 새빨갛다.’

 

‘그녀의 입술은 잘 익은 수박의 속살처럼 새빨갛다.’

 

이것이 고급진 생생함이며 필력의 시작이다. 적절한 비유야말로 생생함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신뢰성을 더하는 세부사항과 통계, 반증 가능성까지 더해지면 생생함 효과가 완성된다. (이 부분은 <스틱!>을 읽어보도록 하자. 나도 양심이 있지 책 내용을 다 설명할 수는 없…)

 

[정보를 생생하게 재구성하라!]

 

 

5. 감성 : 코끼리와 기수 중에 결국 행동하는 것은 코끼리다.

 

“우리의 감성적 측면이 코끼리라면 이성은 그 위에 올라탄 기수다. 코끼리 위에 올라탄 기수가 고삐를 쥐고 있기 때문에 리더로 보인다. 그러나 기수의 통제력은 신뢰할 수 없는 부분이다. 기수가 코끼리에 비해 너무 작기 때문이다. 진행 방향과 관련해 코끼리와 기수가 의견이 불일치할 때면 언제나 코끼리가 이긴다. 기수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 <행복 가설>, 조나단 헤이트

 

글쓰기에 몰입하다 보면 중요한 사실을 잊을 때가 있다. 글을 쓰는 목적이 글 자체에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글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면 글을 쓰는 목적은 읽는 사람이 행동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그럴 때 감성은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된다. 사람은 울컥하면 행동하는 법이다.

 

그래서 감성은 바이러스 정도가 아니다. 이건 완전 폭탄급이다. 감성을 자극하는 글은 폭발적으로 퍼져 나간다. 대표적인 글이 바로 유시민의 <항소이유서>다. 이 글의 전반부는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척’하지만, 후반부는 감성을 자극하는 절절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렇게 글이 터져버렸고 명문이 탄생했다.

 

오늘날에는 이런 과정이 빈번해졌다. SNS는 공유와 따봉을 손쉽게 만들었고, 이제 하루아침에 글 하나로 스타가 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런 글들은 하나같이 감성을 자극한다. 눈물을 흘리게 하든, 분노에 끓게 하든 독자가 기꺼이 공유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게 한다.

 

[감성(뽕)을 자극하라!]

 

 

6. 스토리 : 스토리에 필요한 것은 2가지다. 사건과 악당.

 

<스틱!>은 소위 먹히는 스토리의 유형으로 3가지를 꼽았다. ‘도전 플롯’은 주인공이 힘든 도전에 직면하지만, 마침내 모든 장애를 넘어 성공하는 이야기다. ‘연결 플롯’은 인종과 계급, 종교, 문화, 민족 등 간극을 메우는 관계를 발전시키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창의성 플롯’은 정신적인 돌파구를 발견하여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수수께끼를 해결하거나 참신한 방식으로 문제를 공략하는 이야기다.

 

이 분류도 기막히게 탁월하지만 나는 이것마저 2가지 요소로 줄이고 싶다. 바로 사건과 악당이다. 도전을 가로막는 장애, 관계를 가로막는 간극,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이 모든 것은 ‘악당’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떤 ‘사건’ 때문에 악당과 부딪히게 된다. 모든 스토리는 그렇게 이루어진다. 이 2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없으면 정말 밍숭맹숭한 이야기가 나온다.

 

예술가 병에 걸려서 지멋에 빠지거나, 세계관 설정 놀음에 심취하면 악당과 사건을 등한시하게 된다. 그러나 내용을 전개하는 게 사건이고, 거기에 제동을 거는 게 악당이다. 그렇게 얽히고설켜야 재밌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신이 ‘스토리’를 만들고 싶다면 반드시 2가지를 핵심으로 삼길 바란다. 사건과 악당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말고 이야기로 변환하여 전달하라!]

 

마치며…

 

<스틱!>은 에필로그에서 훌륭한 메시지를 창조하기 위해 반드시 창의성 천재가 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대신 훌륭한 메시지를 발견하는 안목만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 당신이 할 일은 그걸 끌어올리는 것뿐이다. 대부분의 명작은 그렇게 탄생한다.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일도 다르지 않다. <반지의 제왕>의 많은 것들이 그리스 신화와 북유럽 신화의 이야기를 차용했다.)

 

그렇게 끌어올린 메시지가 널리 퍼지면? 그다음은 난도질이 시작된다. 당신이 아무리 정교하게 메시지를 다듬었더라도 상관없다. 대중에게 먹히는 지점은 처음 의도에서 어긋나게 되어있다. 그리고 어긋난 내용만이 세상에 남는다. 당신이 할 일은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다른 사람의 메시지를 끌어올려, 다른 사람에 의해 다듬어진다. 그럼 도대체 글쓰기에서 ‘나’란 존재는 무슨 의미란 말인가? 글쓰기는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었나? ‘나’를 뿜어내는 일이 아니었나? 아니다. 사람들은 잘 쓴 글에 공감하지 않는다. 공감할 만한 글에 공감한다. 결국, 글쓰기란 너에게 너를 보내는 일이다. 글쟁이는 사람과 소통하고, 문화와 소통하고, 시대와 소통하며 독자의 마음을 대변할 뿐이다.

 

그렇게 ‘나’를 비우면 진짜 글이 써지기 시작한다. 그 글이 쌓이면 다시 ‘나’를 채우게 된다. 자의식이라는 먼지를 털어내고 창문을 활짝 열면, 시대처럼 오는 아침 햇살이 방안을 가득 채우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