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지를 1등으로 만든 단 하나의 솔루션

 

효찬(가명)이는 6학년 때 나에게 처음 찾아 왔다. 효찬이 어머니가 수학 과외를 부탁한다면서 찾아 왔다. 처음에는 그냥 일단 가르쳤다. 효찬군은 또래에 비해가 덩치가 엄청 컸다. 아마 반에서 제일 컸을 것이다. 그리고 상당히 둔했다. (운동을 아주 못했다.) 그리고 뭔가 나한테 질문을 많이 했다. 호기심 때문에 하는 질문이 아니라 뭔가 집중을 못해서 하는 무작위성의 질문이었다. 처음 수학시험을 봤을 때 효찬이 점수는 34점이었다. 찍어서 맞은 것 빼면 2문제만 풀어서 맞은 것이었다. 거의 아는 게 없었다. 단순히 수학하나 가르친다고 성적이 오를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린 친구였기 때문에 기본부터 제대로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자제력(Self-discipline) 이었다.

 

효찬이 부모님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수학보다 더 중요한 기본기를 가르치겠다고 했다. 원하지 않으면 그만두라고 말씀 드렸다. 부모님 두 분은 나에게 설득되었고, 나는 이제 내 방식대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우선은 효찬이와 자주 함께 놀았다. 놀면서 소위 말하는 “뺑뺑이”를 돌렸다. 우선은 너무 몸이 비대해서 체력이 심하게 떨어졌었고 친구들과 운동으로 어울리지 못해 자신감도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무의미한 질문을 많이 해서 집중력도 상당히 약했기 때문에 무언가 몰입을 하는 경험이 필요했다. 그럴 때는 운동만한 게 없다. 그래서 같이 뛰었다. 나도 함께 뛰었다. 10km 달린 적도 있다. 그랬다. (나도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축구도 같이하고 야구도 같이하고 그랬다. 그렇게 13살 소년과 30살 아저씨는 그렇게 조금씩 친해지면서 유대감을 강화했다.

 

그렇게 나랑 효찬이는 운동도 자주하고 음식도 같이 먹고 해서 더욱 친해졌다. 그래서 이제 공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공부는 아주 최소한만 가르쳤다 그리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항상 틀리면 답을 말해주고 풀이 과정을 설명해주기보다는 무엇을 모르는지 말해보라고 했다. 무엇을 모르는지 말하지 못하면 1시간도 더 고민을 하게 만들고도 했다. 한 문제를 가지고 2시간 동안 무엇을 모르는지 생각하게 한 적도 있다.

 

그렇게 효찬이가 고민을 할 때 나는 매의 눈으로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효찬이는 느리지만 아주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했다.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질문만 하던 효찬이는 조금씩 침묵으로 공부하는 힘을 키워나갔다. 그러면서 성적도 조금씩 올랐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하루는 효찬이 어머님이 나에게 울면서 고맙다고 했다. 사실 효찬이는 자폐 진단을 받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가족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데 할머니가 오랜만에 너무 많이 바뀐 효찬이를 보고 엉엉 우셨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나도 마음이 먹먹했었다. 보통 그럼 측은지심이 들어서 더 잘해주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도 더 잘해주었다. 애정을 담아서 더 강도 높게(?) 훈련시켰다. 달리기도 PT도 더 힘들게 시켰다. 그래야 더 좋아 질 것을 알았기에 나도 같이 하면서 더 열심히 운동과 공부를 했다. 그래서 특이한 아이가 아닌 더욱 특별한 아이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정말로 내가 더 간절했던 것 같다.

 

효찬이의 자제력을 키우기 위해 몇 가지 특별한 훈련을 했었다. 그 중에 하나가 아무도 없을 때 오롯이 공부만 하기였다. 그래서 둘이 공부하다가 효찬이에게 “효찬아 선생님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깐 공부하고 있어.”하고 나가는 척하고 바로 문 뒤에 잠복을 했다. 그렇게 잠복하고 기다리다가 30분 정도 지났을까? 효찬이가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내는 순간 마약 밀매조직을 거래현장을 급습하듯이 우당탕탕하며 들어가서 효찬이를 체포하듯이 붙잡으면서 말했다. 스마트폰을 꺼내다가 걸린 효찬이는 잘못했다고 했다.(이런 과정은 선생님과 학생이 충분한 신뢰를 가지고 있을 때만 가능하다. 무조건 이렇게 하면 학생의 반감만 살 확률이 높다.)

 

사실 초등학생이 30분 동안 공부하면 엄청 잘 한 것이다. 그래도 나는 더 깊은 자제력을 효찬이가 가지기를 원했다. 또 그래서 테스트를 했다. 또 나간다고 하고 잠복(?)을 또 했다. 이번에는 1시간 반 정도가 되었을까? 효찬이가 또 핸드폰을 꺼내려고 했다. 그 때 또 기습적으로 현장을 급습(?)했다. 그러자 효찬이는 선생님이 안 와서 전화 하려고 했다고 했다. 일리는 있는 말이었다. 사실 나도 기다리다가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말했다. “공부만 하기로 했으면 하늘이 쪼개져도 공부만 한다. 그게 원칙이다.” 선생님이 오던말던 신경 쓰지 않는다. 효찬이는 약속했고, 마지막 세 번째 잠복에서는 2시간이 지나도 가만히 앉아서 오롯이 공부만 했다. 그렇게 효찬이는 자신만의 자제력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완성했다.

 

효찬이가 충분히 자제력이 생겼기 때문에 학습 지도는 끝이 났다. 학부모님은 더 원했지만 내가 그만해도 된다고 말씀 드리고 공부를 끝냈다. 그렇게 끝나고 몇 번 왕래를 하다가 나는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돌아왔고 연락이 뜸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효찬이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어머님이랑 연락이 닿아서 근황을 들었다. 그리고 효찬이랑도 직접 연락을 했다. 효찬이는 정말로 놀랍게 변해있었다.

 

34점을 받았던 효찬이는 반 에서 1등을 하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효찬(가명)이와 신영준 박사의 실제 카톡 내용>

 

너무 대견했다. 이렇게 글만 읽어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랑 같이 보낸 시간만 꼬박 2년이다. 그렇게 한 사람이 바뀐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파이팅 한 번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작심삼일 10번 한다고 사실 되는 일도 아니다. 엄청난 집요함과 꾸준함이 필요하다.

 

이 이야기는 학생들한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대학생, 대학원생, 회사원 다양한 친구들을 멘토링하면서 접하는 친구들의 문제는 온전한 공부 시간을 확보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스마트폰 때문에 집중해서 한 시간 이상 공부나 독서만 제대로 하는 친구는 80% 미만이라고 봐도 무방한 정도이다.

 

발전하고 싶은가? 성장하고 싶은가? 그러면 자신을 꼭 되돌아 봐야 한다. 얼마나 자제력을 가지고 제대로 본인을 위해 공부할 수 있는지 꼭 살펴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