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즐거움이 있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아요”

인생을 오래 살고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게 때론 알지 못했던 삶의 깨달음을 얻을 때가 종종 있다. 정신과전문의로 50년간 진료하고 학생을 가르쳐 온 이근후 선생님. 그는 어차피 살 거라면 기왕이면 즐거운 면을 보라고 조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필요하다. 불행이 닥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진 좋은 면을 보는 것. 85년을 살아온 노학자가 지금 치열한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삶 속에서 자극적인 순간들을 찾다 보면 몸에도 해롭고 사람은 쾌락을 오래도록 받아낼 수도 없다. 행복은 신기루처럼 나타날 것 같지만 잡히지 않는다. 그런 걸 바라보면서 살아간다면 결국 망상을 좇는 일밖에 되질 않는다.

 

행복은 신기루다. 사람은 행복이라는 신기루를 만들어서 그에 자꾸 집착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행복은 의학적으로 가장 가까운 상태가 쾌락이라고 설명한다. 쾌락을 바라보고 기대하는 삶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쾌락은 찰나에 우리를 지나치기 때문이다. 결코 지속되지 않는다. 인생의 카니발 같은 순간을 쫓다 보면, 평범한 하루하루는 그저 의미 없는 날이 되어버린다.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기에 인생의 현자들은 삶의 평범한 순간 속에 잠깐 빛나는 소소한 즐거움에 기대어 살아가라고 조언한다.

 

인간은 본래 죽을 때까지 버텨야 하는 운명이고, 그런 자신의 처지를 알면서 꿋꿋하게 버텨 내는 게 인간다운 삶이라고 선생은 말한다. 그렇지만,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당장 살아가는 현실에는 고통과 괴로움이 가득하다.  버티는 게 삶이라지만 버틴다는 단어조차 버겁다. 그래서 그저 인정하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이런 게 삶이고 싱싱하고 밍밍한 게 인생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이 의미 있고 소중하다고 자기 대화를 걸어본다.

 

참고 <자존가들>, 김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