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3가지 이유

 

놀랍게도 나는 30대 중반에 죽음에 초연해진 적이 있었다. 허무주의에 빠진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원래부터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목표했던 인생의 노력과 행복의 ‘기울기’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내일 죽더라도 오늘 이상으로 더 노력하거나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상당히 젊은 나이지만 죽음에 대해 초연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제는 내 인생이 끝나기 전에 완성하고 싶은 공익적 과업들이 생겼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살기로 결심했다. 단순히 삶의 기울기 문제가 아닌 절대적 목표치의 임계점을 넘기까지는 억울하고 아쉬워서 절대 쉽게 눈을 감을 수 없을 것 같다.

 

죽음에 관한 고찰은 중요하다. 삶의 유한함을 한 번 제대로 깨닫고 나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인다. 나는 운이 좋게 죽음에 관하여 깊게 생각해 볼 시간이 있었고, 단순히 생각으로부터의 깨달음이 아닌 삶을 통해 깨우침을 얻어서 매우 깊은 정서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죽음 자체가 워낙 추상적이어서 고민한다고 쉽게 무언가를 배우기는 사실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내가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의미를 깨닫고 그것을 늘 기억하면서 얻은 교훈 3가지를 공유하려고 한다. 누군가에게 꼭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우선순위

 

죽음은 우선순위를 명료하게 정해준다. 정말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소고기와 돼지고기 중 죽기 전에 한 번만 먹을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돼지고기를 선택할 것이다. 그만큼 고기에 대한 내 우선순위는 확고하다. 나는 이렇게 사소한 일에도 지금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라면 무엇을 택할 것인지 매우 자주 고민한다. 그렇게 자주 고민하다 보니 일상생활에서는 선택의 문제가 있을 때 오히려 상대적으로 덜 고민하게 되었다. 지금 어떤 선택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데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지금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조금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아마존의 수장 제프 베조스는 이것을 ‘후회 최소화 법칙’이라고 부른다.

 

 

2. 관계의 본질

 

우리는 살면서 많은 인간관계를 맺는다. 관계에서는 신호도 있지만, 소음도 있기 마련이라서 짧은 인생 사랑만 하기도 바쁘지만, 싸우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특히 가까운 관계는 역설적으로 별것 아닌 것 가지고 더 많이 싸운다. 운이 없게 별것 아닌 것으로 싸운 감정이 오래 지속되면 관계가 끊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죽음을 기억하면 정말 많은 관계의 소음을 제거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보자. 정말 사소한 일로 가족과 말다툼을 했다. 상황은 누군가의 일방적인 잘못이 아니고 그냥 상황 자체가 운이 나빴던 일이었다. 잘못의 원인이 명백하면 오히려 사과하기가 어렵지 않은데 이럴 때는 애매한 상황으로 빠지기 쉽다. 잘못하면 악화된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 그런데 말다툼을 했던 가족 구성원이 불의의 사고로 죽었다. 그 상황에서 남은 사람은 사과를 받지 못한 것을 후회할까 아니면 사과하지 못한 것을 슬퍼할까? 정답은 명백히 후자일 것이다. 이렇게 죽음을 기억하면 관계에서 본질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깨우칠 수 있다.

 

 

3. 집중

 

만약에 기회가 무한하게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하는 비율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삶에서 제한된 기회를 통해 무언가를 해내야 하기 때문에 더 집중하는 사람이 결국 더 성취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인생은 어떠한가? 째깍째깍 초침이 돌아가는 기준에서는 삶이 끝없을 것 같지만, 딱 한 번만 살 수 있는 것이 각자의 인생이다. 사실 죽음 앞에서는 얼마만큼 해냈는지 결과의 절대적 양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한 번뿐인 인생을 얼마나 의미 있게 집중했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몰입해서 후회 없이 살았는지가 우리 인생의 핵심이다. 인생이 유한하다는 것을 깊게 깨닫는 만큼 더욱 집중할 것이고 그만큼 후회는 증발할 것이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반드시 죽음을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