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30권의 책을 읽었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은 나에게는 사실상 모든 책이 양서였다. 그럼에도 3권의 책을 고르는 이유는 내가 아끼는 사람들, 특히 체인지그라운드를 사랑하는 시청자분들이 이 책만은 꼭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정에 몇 가지 기준을 두었다.
– 보편성 : 특정 계층이나 특정 상황을 위한 책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흔하게 겪는 일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골랐다.
– 실용성 : 빠르게 적용할 수 있어서 독서의 효과를 즉각적으로 누릴 수 있는 책을 골랐다.
– 철학적 깊이 : 구체적인 실천 사항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철학적 깊이도 함께 있는 책을 골랐다.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다음 3권의 책을 선정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면서도 실용적이며 동시에 철학적 깊이까지 갖춘 책들이다. 진심 어린 마음으로 말하건대, 보고 나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강력 추천 도서다.
1)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이 책은 진실로 나에게 인생책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쓰고 싶은 책이 바로 이런 책이기 때문이다. 나는 심리학에도 관심이 많았고, 더불어 영화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영화를 심리학적으로 풀어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나 문학에 등장하는 장면이 사람들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를 신경과학적으로 풀어낸 책이 바로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이다.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26p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책은 ‘문학에 담긴 신경-문학적 발명품’에 관하여 다루고 있다. 문학에 등장하는 스토리나 표현 방식이 사람들의 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그 덕분에 우리가 문학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설명한다.
혹시 ‘카타르시스’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배설 혹은 정화라는 뜻으로, 우리가 비극을 볼 때 내면에 억눌렸던 슬픔이나 두려움 같은 부정적 감정을 배설, 정화하면서 카타르시스라는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즉, 슬픈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내면의 슬픔을 치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은 현대 심리학에 의해 대부분 부정당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 뇌는 우리의 심리 상태를 생리적 변화를 통해서도 파악하기 때문이다. 즉, 눈물을 흘리고 울음을 터뜨리면 슬픔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뇌가 흘러내리는 눈물과 터져 나오는 울음을 인지해 우리를 더 슬픔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이를 두고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인간은 울기 때문에 속상하고, 두들기기 때문에 화가 나고, 떨기 때문에 무서워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는 카타르시스의 치유 효과를 언급한다. 그것도 제대로 된 심리학, 신경학적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방법 중에 ‘자전적 검토’라는 것이 있다. 안전한 환경에서 트라우마 경험을 떠올리면 기억의 ‘섬광’ 강도가 점차 약해지면서, 그 기억을 덜 아프고 덜 거슬리게 유도한다. 비극을 보는 것은 이러한 ‘자전적 검토’와 유사한 과정인 셈이다.
또한, 트라우마를 검토하는 동안 눈을 좌우로 움직이면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눈을 좌우로 움직이면 두려움 감소와 관련된 회로인 상구-중앙 내측 시상핵이 활성화되고, 이러한 효과를 트라우마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스 비극의 경우 춤을 추는 공간이 굉장히 넓었고, 따라서 당시 관객들은 좌우로 안구를 움직이며 두려움을 덜어내는 심리적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는 이렇게 우리의 정신에 영향을 끼치는 문학적 발명품 25가지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발명품들은 문학을 읽는 사람들에게 용기, 사랑, 평정심, 낙관, 호기심, 감사, 창의성 등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정신적 고양을 제공한다. 단지 문학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 뇌가 그러한 고양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책 제목이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이다.
만약 영화나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을 통해 기존과 전혀 다른 관점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놀라운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논픽션 위주로 독서하셨던 분이라면, 이 책을 통해 문학이 우리 삶에 필요한 진정한 이유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독서 인생을 더 넓게 확장하고 싶다면,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를 적극 추천한다.
2) 초생산성
생산성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회사가 바로 상상스퀘어다. 빨리 많이 만드는 것이 복잡계에서 성과를 거두는 확실한 방법이고, 그래서 우리는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그렇게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이유가 뭘까? 『초생산성』에서 이 질문이 등장했을 때,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가 제시하는 답변을 보면서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다.
“생산성이란 여러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추구할 자유를 주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이유로 효율성이나 성공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런 이유를 추구했을 때 높은 생산성이 돌려주는 것은 ‘더 많은 성과’가 아니라 ‘더 많은 일’이 될 경우가 많다. 그래서 『초생산성』은 ‘더 빨리, 더 많이’가 아니라 ‘더 적게 일하고도 더 많이 성취하는 것’이 진정한 초생산성이라고 말한다.
사실 『초생산성』은 이런 철학적 내용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내용이 더 많은 책이다. 워크시트를 자주 활용하는 마이클 하얏트 작가의 책으로 무작정 따라하기만 해도 삶이 변하는 경험을 누릴 수 있는 매우 실용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의 실용성보다 철학적 깊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 깊이에서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더 빨리, 더 많이’만 바라보며 살았다. 이제는 ‘더 적게 일하면서도 더 많이 성취하는’ 초생산성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렇게 삶의 방향을 바꿔준 책이 바로 『초생산성』이다.
3) 최악을 극복하는 힘
다양한 심리학책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궁금하게 남았던 요소가 하나 있었다. 바로 ‘스트레스’다. 흔히 스트레스는 각종 육체적, 정신적 질병을 유발하는 안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통념에 반기를 들고 일어선 심리학자들이 있었다. 켈리 맥고니걸은 『스트레스의 힘』에서 스트레스가 독이 아니라 득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마인드셋』의 저자 캐럴 드웩도 연구를 통해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나쁜 영향을 줄이고 좋은 영향을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스트레스가 득이 될 수 있음을 알고 나서도 내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일이 많아지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몸 상태가 나빠지고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이 피어올랐다. 스트레스 때문에 실제로 건강이 악화하는 나이가 되자 스트레스가 과연 득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스트레스에 관한 해답을 제시해 준 책이 바로 『최악을 극복하는 힘』이다. 책에는 ‘인내의 창’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이 창의 범위를 넓히는 기회가 바로 스트레스에 있다.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는 그만큼 인내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단, 이때 반드시 완전한 회복이 동반되어야 한다.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스트레스가 유지되면 인내의 창이 넓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좁아진다. 그 결과 우리의 회복탄력성, 즉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는 능력이 손상을 입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완전한 회복을 거치면 스트레스는 인내의 창을 넓히는 계기가 된다. 우리 몸이 ‘아… 나는 이렇게 강한 스트레스를 겪고서도 무너지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에는 더 큰 스트레스까지 버티는 힘이 생긴다. 인내의 창이 넓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강철 멘탈을 기르는 방법이었다.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반드시 완전한 회복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러면 인내의 창이 넓어지고 더 큰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나자 니체의 말을 더 깊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한다. 단, 완전한 회복을 거쳐야 한다.”
이것이 『최악을 극복하는 힘』을 통해 내가 얻게 된 인생 철학이었다.
여러분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올해 읽은 책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 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 내용을 이 영상의 댓글이나 다른 커뮤니티에서 공유해보길 바란다. 그렇게 각자의 Best 3 도서를 공유하다 보면 좋은 책을 만날 기회도 늘어날 것이고, 또는 나와 취향이 맞는 사람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책으로 이어지는 느슨한 연결을 만들어가는 데에 체인지그라운드가 좋은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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